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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고 강렬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한 알반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은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강한 흡입력으로 청중을 빨아들였다. 현대음악의 기기묘묘한 선율,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같은 연주곡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스스럼없이 갖다 붙일 수 있는 베를린 필이 6년 만에 한국에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에서 펼쳐지는 첫 무대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번에는 그간 베를린 필의 내한공연 지휘를 주로 맡았던 사이먼 래틀이 아니라, 2019년부터 새 수장으로서 악단을 이끌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잡아 궁금증을 유발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이번 내한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곡은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이었다. 베를린 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 곡은 세계 최정상급 기량의 이 단체가 현대음악에 있어서도 일인자임을 증명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은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며 “그 곡만큼은 베를린 필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베를린 필은 이날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교향곡 29번으로 문을 열었고 브람스 교향곡 4번으로 마무리를 했다.
클래식 음악계의 한 관계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거의 100명 넘게 무대에 올랐는데 모두 솔리스트처럼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베를린 필만의 매력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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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창단된 이후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아바도, 래틀 등 역사상 최고 마에스트로들의 지휘 아래 단련된 베를린 필의 연주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때문에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모차르트와 브람스 곡 연주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이다.
황 평론가는 “페트렌코는 디테일을 잘 부각시키는 지휘자인데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을 연주할 때 그런 부분을 충분히 잘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연주였으나 자연스러움이 좀 부족했다”고 평했다.
이어 브람스 교향곡 4번에 관해서는 “국내 청중들에게 워낙 익숙한 곡이고 올해 여러 번 연주됐다”며 “페트렌코가 연륜도 짧고 곡을 해석하는 방식도 약간은 미숙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는 있었다. 정갈한 모차르트 연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핸드폰 벨소리와 알람 소리가 각각 울린 것. 그래도 지난 2017년 베를린 필 내한공연 때 벌어진 참사에 비하면 약소했다. 당시엔 공연을 몰래 녹음한 소리가 울려 퍼진 일이 있었다.
이번 공연을 선보인 빈체로는 클래식음악 분야 한 길만을 꿋꿋이 걷고 있는 국내 대표 클래식 공연기획사다. 팬데믹 기간 대형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올해 세계 유수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쏟아지는 데 큰 몫을 한 빈체로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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