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배우 박보영이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활약한 배우 박보영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실제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한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명신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다.
“서울 성모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다은 캐릭터를 완성했다. 실제 진료과정을 참관할 수 있게 협조해 주신 덕이다. 간호사들이 펜을 들고 어디에 체크를 하는지까지 살폈다. 작품 공개 이후에 도움을 주셨던 간호사분들이 잘 봤다고 연락을 주셔서 특별히 감사했다”
■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드라마
박보영이 연기한 다은은 환자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인물이다. 누군가는 과한 친절이라고 삿대질을 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정신 질환으로 일상이 무너진 환자들과 다은의 케미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필모그래피에 휴먼 드라마가 거의 없었는데, 운 좋게 이번 작품을 만났다.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거라 믿었다. 여러 에피소드 중 한 편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와닿을 거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는 나 또한 위안,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시청자 사이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눈물 버튼’ 콘텐츠로 꼽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 질환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거나, 먼 이야기처럼 그리지 않는다. 척박하고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어떤 것으로 해석해 이질감을 없앴다.
“다은이 우울증에 걸렸다가 극복하는 서사를 가장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 다은이처럼 타인이 싫어할까 봐 싫다는 말을 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꿰뚫고 있으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몰랐던 거 같다. 워킹맘은 아니지만, 워킹맘 에피소드 또한 내 눈물 버튼이다.(웃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대사가 마음이 와닿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대목이다”
총 12편의 에피소드 가운데 다은과 ‘김서완'(노재원 분)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은은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김서완의 망상을 무시하지 않고, 그의 세계관에 함께하는 유일한 간호사다. 김서완의 인생에 찾아온 다은은 “위대한 중재자”였다. 김서완은 다은을 응원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다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그러나 김서완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병원을 떠나 공시생의 길로 다시금 뛰어들어간 그는 결국 압박과 좌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가장 힘든 에피소드였다.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그만큼 마주하기 힘들었다. 서완님 역할에 어떤 배우가 캐스팅될지 궁금했다. 감독님께 매일 물어봤을 정도다. 노재원 배우와 첫 만남에서 ‘어? 서완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서완님의 이미지와 놀랍도록 비슷했다. 촬영이 끝나는 날까지 서로를 ‘서완님’, ‘중재자님’이라고 불렀다.(웃음)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호칭이었다”
■ 박보영의 단단한 마음
이번 작품은 박보영에게 숙제였다. 새로운 연기에 뛰어든 만큼 만발의 준비가 필요했고,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 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다은이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다은이의 우울 증세를 연기할 때 제 자신을 몰아세웠다. 말을 할 때마다 목소리가 갈라졌으면 좋겠단 생각에 물을 마시지 않았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현장에서 다은의 감정을 만들기 위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던 때가 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나를 내버려 두더라. 다은이를 기다려주신 거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박보영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배우 박보영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확신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선택하고 마무리한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어떤 일이든 마침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잘 찍은 거 같다.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연우진과 이재규 감독은 입을 모아 박보영을 ‘천사’라고 지칭했다. 요정 같은 외모는 물론, 현장 스태프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평소 인품은 말 그대로 천사와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보영은 고개를 저으며 적극 부인했다.
“나도 사람이다. 화가 나면 화를 낸다. (웃음)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의 영향이 큰 거 같다. 나를 친절하고 착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 않나. 물론 그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서 가면을 썼던 때가 있다. 지금은 아니다. 내 감정을 소중하게 대하게 됐다. 만일 ‘박보영 생각보다 착하지 않은데?’라고 해도 나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보영에게 올 한 해는 특별하다. 지난여름 관객들로부터 호평 세례를 받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연기 변신을 한 데 이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까지. 러블리한 이미지로 ‘뽀블리’라는 별명을 벗어던진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박보영의 도전은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불러일으켰다.
“여러 운이 동시에 찾아왔다. 덕분에 힘을 얻었다. 그동안 해왔던 연기와 사뭇 다른 결의 모습도 이해해주시는 거 같다. 그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편, 박보영의 출연작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