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3연속 탈락에 세대교체 요구 비등…항저우 AG서 희망 발견
전임감독 콘셉트는 ‘젊은 리더십·데이터 야구’…2026 WBC까지 임기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2023년 한국 야구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정예 멤버가 총출동했던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조기 탈락의 쓴맛을 봤고, 유망주끼리 호흡을 맞췄던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값진 금메달을 수확했다.
우선 반등의 신호탄을 쏘는 데 성공한 만큼 그 동력을 잃지 않고 세대교체를 완성하는 것이 남은 숙제다.
그 방법으로 전임 감독제를 내놓은 한국야구는 내년 11월 프리미어12를 거쳐 2026년 WBC 무대에서 성과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이강철 kt wiz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23 WBC 대표팀은 호주와 일본에 밀려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에 무릎 꿇는 굴욕을 맛보며 14년 만에 4강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은 산산조각 났다.
반면, 한국과 격차를 크게 벌린 일본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14년 만에 WBC 정상을 밟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 4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야구의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대표팀 세대교체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베테랑 김광현(35·SSG 랜더스), 양현종(35·KIA 타이거즈)에게 계속 기댈 수밖에 없는 얇은 투수층과 양의지(36·두산 베어스), 박병호(37·kt wiz), 최정(36·SSG), 김현수(35·LG 트윈스) 등 야수 노쇠화 문제가 조명됐다.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때 한국야구 대표팀에 찾아온 국제무대가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마침 병역 특례 논란으로 젊은 유망주들로만 대표팀을 꾸리기로 했던 터라 한국야구 세대교체 가능성을 시험할 좋은 기회였다.
대표팀은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고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로만 엔트리를 구성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각 팀당 선발 인원을 최대 3명으로 제한한 데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구창모(NC 다이노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과감한 베팅의 결과는 ‘잭폿’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끈 항저우 대표팀은 결승에서 대만을 꺾고 4개 대회 연속 금메달 위업을 달성했다.
투수 문동주(19·한화 이글스), 박영현(20·kt wiz), 야수 윤동희(20·롯데 자이언츠), 김주원(21·NC) 등 ‘국제용 선수’를 대거 수확한 것이 뜻깊었다.
항저우 금메달 멤버 다수는 이달 16일부터 나흘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도 참가한다.
APBC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 4개 나라 프로야구 유망주가 참가하는 대회로,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고 출전 자격이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내로 제한된다.
이제 다음 스텝은 내년 11월 프리미어12와 2026년 WBC다.
프리미어12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상위 12개국이 맞붙는 대회로 한국은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거뒀다.
올해와 달라지는 점은 전임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사실이다.
앞서 KBO는 대표팀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전임 감독제 부활을 꺼내 들며 2026 WBC까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KBO 사무국은 이달 APBC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인선 작업에 착수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사령탑 선임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3월 2024시즌 정규리그 개막전을 위해 한국을 찾는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평가전이 성사된다면 해당 경기들이 전임 감독의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
KBO는 차기 사령탑의 지상 과제를 세대교체로 보고, 선임 기준으로 ‘젊은 리더십’과 ‘데이터 야구’를 꼽고 있다.
20대 초중반의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유망주를 적극 발굴·육성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긴 안목으로 대표팀을 지휘해야 하는 만큼 감독직 중도 하차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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