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규대출 증가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가운데, 중앙은행이 연내 지급준비율 인하 등 대응에 나서며 추가적인 유동성 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0월 위안화 신규 대출이 7384억위안(약 133조879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6650억위안)는 소폭 웃돌았지만, 전달(9월, 2조3100억위안) 대비 68.03% 급감한 것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0.9% 증가한 수치지만, 이 증가율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신규 대출 중 가계 대상 대출은 전월 대비 총 346억위안 감소했다. 이중 단기대출은 1053억위안 줄었는데, 이는 10월 기준 2007년 이후 최대폭 감소다. 주로 주택담보대출로 쓰이는 중장기 대출이 707억위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기업 대상 대출은 5163억위안 늘었는데, 그중 단기와 중장기 대출 증가액은 각각 1770억위안, 3828억위안을 기록했다.
신용 척도인 사회융자 규모는 1조8500억위안을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1조9500억위안)를 다소 밑돌았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9108억위안 증가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안에 인민은행이 추가적으로 지급준비율(RRR)을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광다증권의 장쉬 수석 채권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해야 할 것”이라면서 “금융기관의 자본 비용을 줄이고, 이자 마진을 확대해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준율 인하를 통해 지방채 발행에 적합한 유동성 환경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자본시장은 새해의 전야 단계로 진입할 것이며,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이 인하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적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밍밍 시틱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신용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면서 “실물경제를 위한 차입 비용을 낮추고, 국내 수요를 지원한다는 목표하에 통화 정책을 조정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던컬 리글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대출 부진은 중국 개발 업체들의 부채 문제가 부각된 이후 지속해서 주택 판매가 부진하다는 신호”라면서 헝다와 비구이위안 사태 등을 언급했다.
실제 중국의 내수 경기는 기대만큼 빠르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관련 업계는 최근 진행된 대규모 쇼핑 축제 광군제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싱투데이터의 추산에 따르면 티몰, 징둥닷컴, 핀둬둬 등 종합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이달 10일 20시부터 11일 24시까지의 총 매출이 2776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9.7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2% 하락해 수요 둔화 흐름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인민은행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해서 시사해오고 있다. 판궁성 총재는 최근 금융가 포럼 연차총회에서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조달 비용을 더욱 줄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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