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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연말 급전수요에 더해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은행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7600억원 넘게 늘었다.
채권 금리 상승세 영향으로 실제 취급된 마이너스 통장 평균 금리가 5% 후반에 달함에도 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금융권에선 단기 자금 성격으로 추세가 이어지진 않겠지만,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34조5263억원으로, 9월 말(33조7646억원)보다 7617억원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 6월 말(33조3248억원)과 비교하면 1조2015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조원 늘었다. 기타대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21년 11월 5000억원 증가한 이후 23개월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고금리 시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갚았지만, 다시 대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마이너스 통장 잔액 증가가 추석·한글날 연휴 기간 소비와 공모주 청약에 필요한 단기자금 수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하반기 가장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IPO(기업공개) 종목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일반 청약엔 3조6705억원에 달하는 거금이 몰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자전치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코스닥 시총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자 상환·연말 휴가를 위한 자금을 미리 융통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4대 은행 평균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9월 5.69%로 집계됐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6월 5.62%에서 7월 5.67%까지 올랐다가 8월(5.64%) 잠시 낮아진 뒤 9월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지표 금리인 미국 국채금리가 오른 영향으로, 국내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채권 금리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 10일 기준 4.103%로, 한 달 전인 10월 10일(4.016%)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6개월물 금리가 4.1%를 넘어선 것은 올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빚투에 나서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가계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빚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영역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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