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 노력이 꾸준히 소비자에게 결실을 맺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국내 기업 브랜드의 경쟁력이 지난해 대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에서는 대형자동차의 브랜드 경쟁력이 가장 높았고 서비스업에선 국제항공과 인터넷쇼핑몰이 1위를 차지했다.
14일 한국생산성본부(회장 안완기)는 올해 국내 70개 업종, 243개 브랜드에 대한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전체 브랜드의 평균 점수는 76.5점으로 지난해(76.1점) 대비 0.4점(0.5%) 상승했다고 밝혔다. NBCI는 브랜드 가치 중심의 경영 마인드 확산과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에 목적을 두고 2004년부터 발표된 국내 대표 브랜드 경쟁력 측정 지표다. 올해로 20년째 조사·발표되고 있는 NBCI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현재의 브랜드 가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등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기업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조사를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다.
올해 NBCI의 업종별 점수를 살펴보면 전년과 비교 가능한 65개 업종 중 28개 업종의 NBCI가 상승했다. 15개의 업종에서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점수가 하락한 업종은 22개로 조사됐다. 점수 하락 업종이 9개였던 지난해보다 하락 업종 수가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65개 업종 중 28개의 업종이 상승한 것은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선전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에선 대형자동차가 1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조업 36개 업종, 116개 브랜드의 NBCI 평균은 76.4점으로 전년 대비 0.1점 상승했다. 가장 점수가 높은 업종은 대형자동차로 81점이었다. 스마트폰, TV가 80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태블릿이 79점을 기록했다.
제조업에선 신규 조사 대상에 포함된 4개 업종을 제외하고 13개 업종이 전년 대비 상승, 8개 업종은 정체, 11개 업종은 하락했다. 브랜드 경쟁력이 가장 크게 향상된 업종은 세탁기(4.0%)로 조사됐다. 공기청정기, 경형·중형·준대형·대형자동차, 냉장고·김치냉장고, 담배, 아웃도어, 의류건조기, 스마트폰, TV의 브랜드경쟁력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반면 생수, 소주, 식기세척기, 아파트, 타이어, 태블릿, 화장품, SUV자동차는 정체를 기록했다. 노트북, 무선청소기, 토탈홈인테리어, 정수기, 가스보일러, 라면, 제습기, 준중형자동차 등은 하락한 업종으로 나타났다.
전체 116개 제조업 개별 브랜드에서는 G90, 참이슬이 82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LG 트롬(세탁기), 삼성 갤럭시, 제주삼다수가 81점으로 점수가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의 주된 특징은 제조업 업종 전반적으로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주요 평가 요인인 브랜드 인지도, 이미지, 관계 중에서 관계만 상승했다. 전년 대비 인지도와 이미지가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관계 수준이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제조업 NBCI의 소폭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업 브랜드 경쟁력 76.6점
34개 업종, 12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의 올해 NBCI 평균 점수는 76.6점으로 전년 대비 0.7점 상승했다. 국제항공, 인터넷쇼핑몰의 브랜드 경쟁력이 80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멀티플렉스영화관, 생명보험, 전자제품 전문점이 79점을 기록했다.
15개 업종이 전년 대비 점수가 상승했는데 생명보험(5.3%)과 인터넷쇼핑몰(5.3%)의 브랜드 경쟁력이 크게 올랐다. 앱카드(4.0%) 종합병원(4.0%), 개인택배(2.6%), 스마트학습(2.6%), 멀티플렉스영화관(2.6%), 전자제품 전문점(2.6%) 등의 경쟁력도 전년 대비 상승했다. 7개 업종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전화, 대형슈퍼마켓, 은행, 주유소, TV홈쇼핑 등이다. 대형마트, 면세점, 편의점, IPTV, T커머스 등 11개 업종은 하락했다.
개별 브랜드에서는 삼성생명이 82점으로 서비스업 전체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파리바게뜨, CGV, SSG닷컴, 대한항공이 81점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 예스24가 80점으로 뒤를 이었다.
서비스업의 NBCI 수준이 상승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가 이끌었다. 3개 평가 요인 중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가 각각 1.0%, 0.8%씩 상승했으며 관계는 0.3% 올랐다. 마케팅 활동에 대한 평가도 전년 대비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 강화가 이러한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의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전반에서 소폭이나마 NBCI가 전년보다 상승한 것은 고객 효익과 가치가 제대로 전달된 업종과 브랜드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업이 전달하는 많은 정보가 고객에게 효율적 혹은 차별적으로 잘 소구됐고 그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잘 됐음을 의미한다.
생산성본부는 “향후 각 기업은 자사 브랜드의 충성고객 유지와 전환 고객 확보를 위한 브랜딩 활동이 더욱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 정보가 범람하는 치열한 경영환경 속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과 효과적인 전달, 고객과의 피드백 활동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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