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 3명 가운데 2명은 국회 입법활동이 기업의 규제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가 더 많았다.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4년제 경제·경영학과, 행정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국회 입법활동과 관련해 ‘기업 규제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이가 64.5%에 달했다.
도움이 된다는 이는 18.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7.5% 정도였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 각종 규제혁신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처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총은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 역시 부정적으로 보는 이가 54.5%로 절반을 넘었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45.5%였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중장기 계획과 세부 내용의 구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거나 산발적으로 추진하면서 부처 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게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이가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5%는 국내 기업의 규제 수준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경쟁하는 나라에 견줘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경쟁국과 비슷하다고 본 이가 38.5%, 낮다고 보는 이는 12.0%에 불과했다.
국제 기준과 동떨어져 빨리 고쳐야 할 규제로는 근로시간 등 노동·고용 분야가 첫손에 꼽혔다. 절반가량이 이 분야를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안전 규제, 상속세 등 세제 규제, 수도권 정비 등 입지규제를 꼽은 이도 많았다.
역대 정부에서 규제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배경으로는 기득권 세력의 반대 때문이라고 답한 이가 42.5%로 가장 많았다. 규제혁신을 기업 특혜로 오인하고 반기업 정서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보는 이도 39.5%로 많은 편이었다.
기업의 규제혁신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로는 의원입법안에 대해서도 규제영향분석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 이가 58.0%로 절반을 넘겼다. 경총이 지난해 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은 사전에 규제로 인한 영향을 따지지 않아도 돼 정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을 따져보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가 지적할 정도로 우리나라 기업규제 수준은 경쟁국에 비해 높아 투자 이점을 낮추고 있다”며 “1%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 기업이 손쉽고 빠르게 투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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