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와 저축 고갈 등에 따라 소비지출을 줄이면서 예년만 못한 연말 대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말 대목을 맞아 임시직 고용을 대폭 늘려왔던 기업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일 예정이며 소매업체들의 재고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긴축 효과로 인한 경기 냉각 신호 중 하나로 주목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미소매연맹(NRF)은 올해 연말 임시로 채용하는 계절 고용 근로자가 34만5000~44만5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말 고용 규모가 최대였던 2021년 대비 40% 적은 수준이다. 미국 취업정보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올 가을에 올라온 계절 고용 구인광고가 10년래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형 백화점 브랜드인 메이시스는 지난해 연말 대비 고용 인원을 3000명 가량 줄일 계획이다. 연방우체국도 올해 연말 고용할 임시 근로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채용 인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창고직원 채용회사인 컬럼버스의 브라이언 디바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성수기 휴가 시즌 채용은 예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가계의 소비지출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연말 대목에도 고용 규모를 줄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고 고금리로 인한 대출 상환 부담으로 초과저축도 고갈돼 연말 경기가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조치다.
NRF와 금융 데이터 조사 업체 LESG 워크스페이스에 따르면 올해 연말 쇼핑시즌인 11~12월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1년 소비지출이 12.7%, 지난해 5.4%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부진한 흐름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매업체 중심으로 재고도 쌓이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의류 등 패션업계는 재고 문제가 다른 업종 대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공급망 컨설턴트인 TMX 트랜스폼의 제프 보르니노 북미 사업부 사장은 “현재 미 소매업체들은 매장 진열대를 차지하는 제품의 15~20%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Fed의 누적된 긴축 효과가 점차 경기를 짓누르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미 하락하기 시작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9월 3.7%에서 10월 3.6%로 소폭 하락했다.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3%로 종전 수준을 유지했고, 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종전 2.8%에서 2.7%로 떨어졌다. 내년 실직 확률은 0.3%포인트 상승한 12.7%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렸던 임금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애틀랜타 연은에 따르면 올 10월 미국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5.8%로 연초(1월 6.3%) 대비 하락했다. 임금 하위 25%인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같은 기간 7.2%에서 5.9%로 둔화됐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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