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4~2028년 5년간 1조 원 규모의 ‘K-콘텐츠 전략 펀드’를 조성한다. 영상 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 4대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동력으로는 K-콘텐츠 전략 펀드를 앞세웠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지배력이 강화되고 영상 콘텐츠 제작비가 상승한 환경에서 기존 중소기업 중심의 모태펀드(문화계정)로는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가 어렵다고 봤다. 내년에만 6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세계시장을 공략할 킬러 콘텐츠와 지적재산(IP)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유 장관은 “영상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라며 “우리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핵심축인 만큼 내실 있게 추진해 확실한 성과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영상산업 도약 전략’은 지난달 23일 영상 콘텐츠 제작사, 관련 협·단체 관계자들과 논의한 내용을 반영한 결과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강세 속에 세계 OTT 시장은 2018~2022년 연평균 25.0% 성장했다. 흐름에 편승해 ‘오징어 게임’을 위시한 K-콘텐츠는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그 덕에 국내 영상산업 수출 규모는 2017년 5억5000만 달러에서 2021년 9억20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투자를 조건으로 IP를 이전한 경우 2차 저작물을 통한 수익 창출은 전무했다. 감독 등 창작자도 모든 권리가 양도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 OTT·방송사의 경영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특히 영화계는 사멸하기 직전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영화관 매출은 약 9565억 원.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의 약 70% 수준이다.
문체부는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최대 30%(중소기업 기준)까지 상향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한다. OTT 구독료를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민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산업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열쇠로 보고 있다. 유 장관은 “선판매 계약이 체결된 콘텐츠에만 제공되던 보증 체계도 기획·개발 단계에서 가능하도록 제도를 신설하고, 콘텐츠 수출에 대한 보증도 별도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에 대해서는 “개봉으로 투자금이 회수되고 자금이 다시 시장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요구된다”며 “개봉 촉진 펀드 조성과 홀드백(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 협약·준수를 지원해 관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창·제작자가 IP를 확보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지원도 제공한다. 유 장관은 “성공한 IP의 확장·활용에 대한 지원을 늘려 100% 제작비 지원이라는 안전한 선택 대신 IP를 활용한 수익 창출 모델을 택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IP 펀드, 메인 투자 펀드 등 제작사의 IP 확보를 조건으로 투자하는 특화 펀드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중소 제작사의 세계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매직스페이스(DMS)에 상설 공간을 마련하고, 사업모델 공유·비즈 매칭·계약 관련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거점으로 운영한다. 이 밖에도 IP 보유를 조건으로 제작비를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은 ‘OTT 특화 제작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영화 분야에서 IP 확보 및 홀드백 준수를 조건으로 하는 지원사업을 신설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영상산업 도약 전략 실행으로 영상 콘텐츠 산업 규모가 2021년 28조 원에서 2027년 40조 원(연평균 6.1%)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21년 9억2000만 달러를 기록한 수출 규모도 2027년 18억 달러로 내다본다. 문체부 관계자는 “가능성 큰 IP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미국 에미상, 아카데미상 등 주요 수상작도 5년간 다섯 편 이상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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