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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진심이 담긴 ‘페르소나 : 설리’가 공개됐다.
13일 넷플릭스에는 설리의 유작인 ‘페르소나: 설리’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각본 김지혜, 감독 황수아 김지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각본/감독 정윤석)’ 총 2편으로 구성된 가운데,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설리의 생전 인터뷰가 담겼다.
‘4: 클린 아일랜드’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클린 아일랜드’로의 이주를 꿈꾸는 인물 ‘4’가 죄를 고백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기묘한 입국 심사장에서 어느 특별한 돼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되는 단편 극영화다. 배우 최진리(설리)와 황미영, 박가비가 출연한다. 각본은 영화 ‘소원’과 드라마 ‘인간실격’ 등을 집필한 김지혜 작가가 맡았다. 연출은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등을 연출한 황수아 감독과 각본을 쓴 김지혜 작가가 공동 연출했다.
‘진리에게’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설리와 스물다섯의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눈썹’ 등을 통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정윤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으나 생전 악플(악성댓글)에 시달린 설리는 지난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 나이로 세상을 떠나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겼다. 유작인 ‘페르소나: 설리’에는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설리, 최진리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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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설리는 연예계 생활에 대한 고충과 그간 숨겨왔던 진심 등을 모두 털어놨다.
“예쁘다와 우월하다의 뜻이 다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연예인 일을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와 경쟁하면서 제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설리는 “어릴 때부터 ‘예쁘다’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하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날 예쁘다고 하는 건지 제일 궁금했다. 나는 마치 예쁜 행동만 해야 할 것 같았고, 실제로도 조신하지 않거나 예쁜 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면 혼났다. 그때부터 계속 반항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설리는 “예쁜 내 자신이 싫을 때가 되게 많았다. 내가 살아왔던 환경에서는 ‘너는 예쁜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아무것도 몰라도 돼’ ‘그냥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사람들 기분을 맞춰줘. 그럼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너는 예쁜 자체로 재밌으니까’ 이런 말들을 들어왔다. 외모에 대한 생각은 너무 많았다”면서 “너무 재수 없지 않냐. 예뻐서 살기 힘들었다고 얘기하면 너무 재수 없지 않냐”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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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는 이어 K팝 아이돌의 삶에 대해서도 말한다. 설리는 “스무살 때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묻자 “첫 번째는 정신과 상담받는 것, 두 번째는 연애”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처음 내린 결정이었고 결정에 대해 후회가 없고 행복했다”면서 “행복한 나를 엄마는 행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되게 끊어내기 힘들었다. 엄마가 옆에서 하는 얘기는 거의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고 말했다.
아이돌이라는 주제에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도 노동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하다 “네”라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연예인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거 같다. 그때 당시에는 이상한 줄 몰랐는데, 제가 연예인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최상의, 최고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였다”라며 “사람들이 상품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를 모든 사람이 상품 취급했다. 그 사람들 입맛에 맞게 움직였어야 했고, 상품 가치가 떨어질까 봐 두려워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기라는 게 갑자기 확 생긴 거지 않나. 이해했지만, 무서웠던 것 같다. 인기가 저는 되게 거품 같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보지 않으려고 외면했다”라면서 “(활동은) 사람 보고 했다. 그룹이 아니었던 사람은 모를 거 같은데, 그룹 중에서 한 명이 없어지면 그 자리가 엄청나게 크다. 그 한 명, 한 명이 멤버들의 의리고, 멤버들을 사랑했고, 제 편이었으니까. 같이 이겨 내자고 갔던 게 있었다”라며 그룹 에프엑스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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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설리는 “제 주변에는 ‘네가 스스로 선택해 봐’, ‘네가 골라 봐’,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넌 요즘 어때?’ (라고 해주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냥 하는 거다. 아무 생각 없는 거다. 힘들어 죽을 거 같은데. 그냥 계속 제 탓을 했던 거 같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저 스스로 아픔을 줄 때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내 탓이 아니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라는 질문에 설리는 “그런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제 의견을 이야기하고 ‘힘들다’라고 했을 때, 그때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린 것 같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설리는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노브라를 하는게 나는 더 예뻐 보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욕해도, 내가 생각할 때 잘못한 게 아니니까. 욕을 먹어도 내가 편해서 그 행동을 계속 한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혼자만 알고, 앓고 있었던 수치스러움에서 조금 벗어났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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