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와 공용시설을 중심으로 빈대 확산 공포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인천 서구의 한 찜질방에서 살아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된 이후 1970년대 이후 주변 생활공간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진 빈대 출몰 신고가 이어졌다.
같은 달 19일 대구의 한 사립대 기숙사에서도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서울의 쪽방촌 일대의 한 고시원, 경기도 부천 소재 고시원 등 숙박시설과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빈대 출현 신고가 잇따랐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빈대를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가 ‘이웃의 층간소음에 복수하기 위해’ 빈대를 사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빈대 10마리를 3000원에 사겠다면서 “빈대 10마리 채집 후 지퍼 비닐백에 담아서 택배로 보내주면 감사하겠다. 연락 달라”고 적었다.
그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항상 당하던 차에 빈대 뉴스를 보고 오아시스를 본 느낌”이라며 “옆집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빈대 중고거래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체로 어리석다는 반응이다. 공동주택 중 한 집에서 빈대가 발생할 경우 다른 집까지 빈대가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옆집만 난리 나는 게 아닐 텐데”, “빈대 출몰하면 아파트 전체로 확산할 것”, “글쓴이 집도 빈대 피해를 볼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빈대 공포에 ‘빈대맵’ 관심 폭발
빈대가 전국에서 발견되는 가운데,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빈대 출몰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빈대 출몰 정보를 모아 지도에 표시한 ‘빈대맵’과 현황판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빈대보드’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큰 호응을 얻었던 ‘코로나19맵’처럼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민간에서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9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빈대보드 홈페이지는 질병관리청과 각종 언론사 기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빈대 출몰 일자와 지역 등을 제공하고 있다. 13일 기준 총 출몰 횟수 41건, 출몰 지역 33건, 관련 기사 약 4천건 등 정보가 담겨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빈대 출현 장소와 날짜 등 출몰 정보 ▲시민 제보 기반 의심 신고 현황 ▲빈대 관련 소식 및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빈대에 공포가 커지고 관련 신고가 이어지자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10개 부처가 모인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여기에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종에 대한 긴급 사용도 승인했다.
빈대 퇴치는 결국 위생 관리가 중요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빈대는 알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피를 빤다. 빈대는 자기 몸 부피의 2.5~6배까지 흡혈할 수 있다.
암컷 빈대의 경우, 하루 최대 5개의 알을 낳을 수 있고 평생 2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심지어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최대 12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 살충제에 내성까지 있어 박멸도 쉽지 않다. 기원전 1300년 기록에서도 빈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완전 박멸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빈대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빈대 퇴치에 대한 ‘가짜 퇴치법’이 ‘민간요법’의 탈을 쓰고 퍼지고 있다. 빈대를 퇴치하기 위해 방 안에 전깃불을 켜두라는 주장도 있고, 규조토·좀약·베이킹소다·에센셜오일·피톤치드가 빈대 퇴치에 특효가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빈대의 천적인 바퀴벌레를 활용하면 된다는 동영상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물론 잘못된 정보다. 빈대가 빛을 싫어하고, 바퀴벌레가 빈대의 천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방에 전깃불을 켜두면 빈대가 죽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벽이나 가구의 어두운 틈새에 숨어버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지 않고도 무려 150일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빈대와 서식지가 전혀 다른 바퀴벌레가 빈대 퇴치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없다. 빈대가 바퀴벌레를 싫어해서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바퀴벌레가 빈대를 잡아먹고 산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자칫 비위생적인 곳에서 활동하는 바퀴벌레에 의한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빈대의 가장 상식적인 퇴치법은 스팀의 고열이나 건조기의 열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진공청소기를 이용해서 틈새에 숨어있는 빈대를 빨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벽의 갈라진 틈새를 철저하게 메우고, 평소에 가구와 벽 사이의 틈새를 깨끗하게 관리해서 빈대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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