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4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물가와 엔화 가치 하락 여파로 국내총생산(GDP)을 견인하는 개인 소비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블룸버그는 자사 이코노미스트 34명 가운데 70%가 일본의 3분기(7~9월) 실질 GDP(속보치)가 전기 대비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1년 동안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간 환산 성장률(연율)은 -0.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까지만 해도 일본은 연율 환산 시 6%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만약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실질 GDP는 4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엔화 가치 하락세로 민간소비가 많이 늘어나지 못한 것이 GDP 성장률 하락의 원인이 됐다. 올해 3개 분기 일본의 물가가 일본은행(BOJ)의 목표치(2%)를 웃도는 3%대 성장률 기록한 데 이어 사상 초유의 엔저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민간 소비가 위축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본의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하는 만큼, 개인의 소비 척도가 경기 개선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코노미스트 대다수는 일본의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관측했지만, 인플레이션 압박 영향으로 소비가 GDP 성장세를 이끌 만큼 큰 폭으로 개선되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이 밖에도 노동력 부족과 엔저로 인한 인건비 급등으로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0.1% 성장에 그친 것도 GDP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4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무라 타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둔화로 일본의 수출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4분기 GDP 성장률도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저조한 경제 성과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여부를 두고도 정부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저조한 GDP 성장률은 BOJ가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가 나올 때까지 현상 유지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며 “기시다 내각에도 경제가 회복을 하려면 추가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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