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발생 4개월 만인 14일 종결했다.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 있는 학부모의 갑질이나 폭언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인이 극단 선택에 이른 원인에 대해서는 ‘업무 스트레스를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이 중첩된 결과’라고 잠정 결론 냈다. 유족 측은 ‘연필 사건’ 관련 통화 및 문자 수발신 목록, 동료 교사 진술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와 고인의 순직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브리핑에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부모의 진술과 구체적 정황 등을 조사한 결과 연필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모욕적’ 또는 ‘폭력적’인 표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 7월12일 서이초 1학년 학생이 자기 가방을 연필로 찌르려는 학생을 막다가 이마에 상처를 입은 일을 말한다. 숨진 A교사와 학부모들은 연필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가 교사에게 갑질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연필사건 발생 엿새 뒤인 7월18일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과 학부모들 간 하이톡(업무용 메신저)과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 업무용 PC와 노트, 일기장 등을 분석하고 학부모들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연필 사건)학부모 중재 시 참석했던 교사와 친구 등을 폭넓게 조사했으나 폭언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인과 연필 사건 학부모의 통화 녹음 파일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필 사건 학부모의 휴대폰을 포렌식 했지만 녹음파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인의 휴대전화 기종도 ‘아이폰’인 탓에 포렌식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무 스트레스를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이 중첩되면서 고인이 극단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냈다. 경찰은 지난 8월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심리부검’을 의뢰해, 지난달 결과서를 받았다. 이에 더해 법의학자, 의사, 변호사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변사사건심의위원회’의 판단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동료 교사, 친구, 지인, 학부모 총 68명 중에 교사는 44명을 조사했다”며 “A씨가 학부모들과 일과 후 하이톡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는 것과 연필사건을 중재하는 과정 자체는 스트레스로 작용이 됐다는 점은 일정 부분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필 사건 학부모가 누리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총 40건을 확인해 13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 중 다른 경찰서 관내 주소지를 둔 10명에 대해서는 사건을 이첩하고 인적 사항이 불특정 된 25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교육 환경 관련 제도 개선 참고 자료를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교원단체들은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수사 당국은 국과수 심리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고인에게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부모 등을 엄정 조사하고 혐의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냈어야 했음에도 ‘범죄혐의 없음’으로 종결한 것에 재차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재수사도 촉구했다.
A교사 유족들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유족 측 문유진 변호사는 “연필사건 가해학생의 엄마가 사건 발생 당일 선생님의 개인핸드폰으로 발신한 내용, 선생님이 학부모 갑질로 괴로워했다는 내용 등이 있지만 경찰은 학부모 범죄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며 관련 내용 등을 정보공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순직도 추진한다. 문 변호사는 “범죄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정적으로 순직 처리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순직 인정마저 되지 않으면 서이초 교사의 억울함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순직 처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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