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연예계 생활 속 느낀 고민이 넷플릭스 ‘페르소나: 설리’를 통해 공개됐다. 극단적 선택의 정당성을 부여한다기보다 대중에게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서사를 보여줬다.
괴로운 감정. 단순 설리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문제라는 것.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흘렀다. 고인과 이별했다는 슬픔을 넘어 사람을 위한 ‘좀 더 나은 환경’,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13일 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 총 2편으로 구성된 ‘페르소나: 설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 가운데 고인의 생전 인터뷰를 담은 ‘진리에게’가 눈에 띈다. 영상 속 설리는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예쁘다’라는 단어에 어려서부터 갇혀 있었다”라며 “사람들이 예쁘다고 얘기하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날 예쁘다고 하는 건지가 궁금했다. 조신하지 않으면, 예쁜 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면 혼났다. 그때부터 반항심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돌이란 직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설리는 “최악이다”라며 “연예인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제가 연예인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최상의, 최고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게 이상한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사람들이 상품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를 모든 사람이 상품 취급했다. 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움직였어야 했고, 상품 가치가 떨어질까 봐 두려워야 했다”고 말했다.
“인간을 상품처럼 바라본다”는 그의 발언은 귀를 거슬리게 한다. 하지만 냉철한 판단에서 나온 사실이다. 현재도 온라인상에서 설리가 세상을 등지기 전 고인의 행동에 대해 ‘실험 대상’처럼 바라본 글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독특하다”와 “왜 이러냐?” 등의 양분된 의견으로 대중은 자신만의 의견을 무분별하게 내놓는다. 일부 사설에서는 전문의의 의견을 통해 설리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 ‘설리에 대한 관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돌려놓고 생각해 본다면 한 개인의 개성에 대해 다수의 잣대와 시선으로 판단, 통제한 것은 아닌지 고민거리를 남긴다.
혹자는 설리의 극단적 선택 배경을 단순 ‘악플’이라 말한다. 악플의 위험성은 말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환경 등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는다. 악플을 받는 환경, 그 환경에서 느껴지는 답답함, 소통구 내지는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 대해 해결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악플이 수년간 지속되며 부정적인 감정이 누적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악플은 수단일 뿐, 부정적인 감정은 현대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라며 경고했다. 우울증을 가진 상황에서 악플에 노출됐든, 반대로 악플로 인해 우울증이 발현된 상황이든 마찬가지다. 결국 악플이란 수단의 위험성을 부각하기 보다, 문제 자체의 해결을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중요하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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