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둔화 추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완화가 확인되면서 뉴욕증시 선물은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즉각 4.5% 아래로 밀렸다.
1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직전월 상승폭(3.7%)보다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3%)도 하회한다. 10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보합에 그쳐 9월 상승폭(0.4%)과 시장 예상치(0.1%)를 모두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라 시장 전망(4.1%)을 하회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약 2년만에 최소 상승폭이다. 전년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는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하락세에 따른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한달새 5% 떨어지는 등 에너지 가격은 2.5% 내림폭을 기록했다. 중고차 가격 역시 0.8% 하락했다. 전체 CPI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직전월의 절반 수준인 0.3%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거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을 2%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열쇠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서 이날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4.49%선으로 내렸다. CPI 발표 직전보다 10bp 이상 떨어진 수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87%선으로 밀렸다. 반면 정규장 개장을 앞둔 미국 주식 선물은 1%대 급등 중이다.
TD 시큐리티의 오스카 무노즈 미국 수석거시전략가는 “모든 것이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좋은 보고서”라며 “그들은 또 다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유지하겠지만,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는 진단을 내놨다. 싯 픽스드 인컴 어드바이저의 브라이스 도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하면서 긴축 사이클을 효과적으로 종료하는 것이 현명해보인다”고 전했다.
다음날에는 도매물가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의 소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 지표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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