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세창이 4년 전 길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던 충격적인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직접 범인을 잡고 신고까지 했지만 결국 없었던 일로 묻었고, 오은영 박사는 “직면하는 게 너무 어려워 회피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4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이세창이 출연해 “자꾸 기억을 못할 때가 있다. 사람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게 가장 심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아리송한 게 아니라, 그냥 처음 본 사람 같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대포차를 팔았던 사기꾼의 얼굴까지 기억 못했다는 이세창은 “사기 당했을 때 ‘기필코 잡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서는 (기억을 못해서) 반갑게 인사하고 격려까지 해서 보냈다”라며 “나한테 상처를 줄 만한 일은 내 기억에서 스스로 지워버리는 것 같다. 미운 사람일수록 더 기억이 안 난다. 누구를 만나는 게 어떨 땐 무섭다”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증상이 두드러진 건 무려 10년 전이었다. 당시 이혼을 앞둔 상황이었다는 이세창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단기 기억 상실증이 왔다. 자고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디야?’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전 아내가 들어와서 ‘우리가 부부인가?’ 이렇게 물어봤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는데 모든 게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라며 “결국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로 뇌가 리셋됐다고 하더라. 일주일 치가 싹 지워졌다. 그 사건 이후로 잊어버리는 게 더 심해졌다”라고 고백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 박사는 “이세창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에 대한 애정 자체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어야 누구를 만났을 때 내 에너지를 투입한다. 애정을 잃었다면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타인과 마주한 시간을 의미 없는 일로 받아들여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세창은 “사람한테 배신당한 게 제일 컸다. 데리고 있던 직원이 배신 후 똑같은 사업을 하거나 투자자에게 회사를 뺏기기도 했다. 대출을 받아 다시 회사를 설립했지만 뜻대로 안됐다. 그땐 사람이 싫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후 화를 안 낸다”라며 “이혼을 하든 딸을 빼앗기든 사업이 망하든 전 재산을 날리든 전세 사기로 쫓겨나든 모두 느낌이 똑같다. 화는 나지만 눌러놓으면 다 똑같다. 그러다 보니 화내는 걸 피하게 되고, 방법을 찾다가 나중에는 내려놓게 되더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감정을 언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4년 전 길에서 당한 묻지마 폭행을 언급했다. 이세창은 “새벽 2시에 내가 제작하던 연극이 끝난 후 귀가하던 중이었다. 누가 나를 보는데 20대 초반인 것 같았다. 내가 봤더니 바로 주먹이 날아왔고, 입술이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도 내가 범인을 잡고 신고했다. 정말 화가 났는데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날 때리는 장면이 촬영이 안 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세창이 “목격자를 찾기 위해 쉽사리 공론화할 수도 없었다. 만약 목격자를 찾는다고 했다가 경찰서에 출입하는 기자가 있으면 ‘이세창 대학로 폭행’ 이렇게 기사가 날 수도 있다. 기사가 나간 후 ‘이세창 맞고 다닌대’ 이런 말 자체가 나오는 게 싫었다. 그래서 없던 일로 해 달라고 하고 넘어갔다”라고 말하자, 오은영 박사는 “불편한 감정을 다루지 못해 아예 지워버리는 걸 택한 것”이라며 “어딘가는 남아있다. 남아있는 게 자신한테 오는 거면 건강을 해친다”라고 걱정했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