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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는 미국의 물가가 전월과 비교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사실상 금리 인상을 완료했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월 CPI의 전월대비 변동률이 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인 9월 상승률 0.4%보다 낮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블룸버그가 각각 집계한 전망치 중간값 0.1%를 하회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2% 상승해 전월 상승률(0.3%)과 전망치(0.3%)를 모두 밑돌았다.
전년 대비는 10월에 3.2% 올랐다. 9월 상승률 3.7% 보다 낮아진 것은 물론 전망치(3.3%)보다도 낮았다. 근원 CPI의 상승률은 4.0%로 전월치(4.1%) 및 전망치(4.1%)를 모두 밑돌았다.
10월 들어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점이 CPI 상승세 둔화에 기여했다. 10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5% 하락했으며 이에 힘입어 에너지 상품은 4.9% 가격이 내렸다. 전기료와 가스료 등 에너지 서비스 비용이 각각 0.5%, 0.3% 올랐지만 휘발유와 연료유 가격 하락에 전체 에너지 가격은 3.5% 하락했다.
이밖에 중고차 가격이 0.8% 하락해 6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신차 가격도 0.1% 떨어졌다. 다만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은 전월 대비 0.3% 올라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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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결국 승리할 것이란 낙관론이 퍼졌다. 금리선물 거래 가격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변동 확률을 계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전날 85.5%에서 CPI 발표 후 94.8%로 높아졌다. 이날 한때 동결 확률은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 1월 동결확률도 전날 74.9%에서 94.8%로 상승했다. 시트픽스드인컴어드바이저스의 브라이스 도티는 “아직까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고 확신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이제 기권 의사를 밝히게 될 것”이라며 “연준의 다음 조치는 추가 인상이 아니라 내년 여름 께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추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 중단을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행사에서 최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헤드페이크(head fake·교란 지표)’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최근 4개월 새 하락해 9월 3.7%까지 내려왔다. 파월 의장은 그럼에도 “2% 물가 목표로 돌아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몇 차례 (둔화하다 재상승하며) 교란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몇 달 동안의 좋은 데이터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리는 위험과 함께 금리를 너무 높게 올리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경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금리 인상 종료가 공식화되려면 몇 개월 동안의 추가 하락 지표가 필요하다고 봤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놀랍도록 약한 10월의 근원 CPI 수치는 기준 금리가 (수요를 누를 만큼) 충분히 제약적이라는 연준의 자신감을 높여 줄 것”이라며 “다만 연준이 금리 인장 주기가 끝났다고 선언하려면 몇 개월 더 이같은 둔화 추세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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