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저자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어수룩하고 어린아이처럼 생각하며, 장애인이 느끼는 감정이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묵살해버리는 것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볍고 부정적으로만 여겼던 ‘피상적이고 쉬운 아름다움’이 사실은 자신이 가질 수 없어 외면해왔던 것이며, 그간 자신은 ‘신성함이라는 이름의 배제’를 통해 오만함 속에서 살아왔고, ‘쉬운 아름다움’과 ‘어려운 아름다움’ 두 가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지 뷰티’가 결코 내면적이고 복합적인 아름다움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가 정한 외적 아름다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으로서, 저자는 “어떤 이론에서 내가 배제된다고 그 이론이 옳지 않은 건 아니다”고 말한다. 글자 수 1065자.
‘장애’라는 단어는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됐지만,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순간들을 해독하는 도구가 되어주긴 했다. 낯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순간들.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몸과 내 몸을 대비시켰다. 그들은 내 몸에서 없는 것과 부족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내 몸 안에서 살았으므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일은 계단을 오르는 일처럼 느껴진다. 걷는 일은 걷는 일처럼 느껴진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내 움직임이 이상해 보이고 열등해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열등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런 걸 느끼려면 누가 가르쳐줘야만 했는데, 나에게 기꺼이 그걸 가르쳐주려는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사람들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들을 만들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망각되고 ‘실생활’로부터 얼마나 많이 배제당하는지를 나에게 가르쳐준다. 나는 시선을 많이 받았지만 관찰당하지는 않았다. 나는 세상 안에 있는 동시에 세상 위에 있었고, 안전한 구석에서 내 자의식이 형성되는 것을 거리를 두고 관찰했다.
배제를 당할 때는 나도 수치심을 느꼈다. 나 혼자만 특이한 형벌을 받고 있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런 형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나의 수치심에는 독선적인 미움이라는 감정이 쌍둥이처럼 따라다녔다. 나를 진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나를 실생활과 조금 떨어진 곳에 두는 것을 편안해하는 비장애인들이 미웠다.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사람들을 여러 계급으로 나누는데, 그중 가장 높은 계급은 철학자 계급이다. 철학자들이 고귀한 존재인 이유는 그들이 경험과 진리의 차이를 밝혀내는 것과 같은 쓸모없는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렌즈를 통해 보면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을 영광의 표지로 재인식할 수 있었다. 나는 플라톤의 이론을 비틀어서 방패 모양으로 변형했다. 세상에 섞이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나를 더 훌륭하고 더 현명한 철학자로 만들어주고, 내 영혼은 금으로, 다른 사람들의 영혼은 철로 만드는 것이었다.
-클로이 쿠퍼 존스, <이지 뷰티>, 안진이 옮김, 한겨레출판, 2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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