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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내 첫 수능’ 소년수들은 열공 중…공부하면서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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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교도소 소년수 10명이 16일 교도소 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교도소 수능은 사상 처음이다.

그들은 이 교도소에 설치된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수능 공부를 하면서 출소 후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갖게 됐다.

수능을 사흘 앞둔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를 찾아갔다. 징역 2년에서 15년까지 선고받은 소년수들이 가슴에 수형번호가 붙은 진한 파란색 수의를 입고 책상에 놓인 기출문제 프린트물에 문제 풀이와 수업 내용을 빼곡하게 받아적고 있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온 만델라 소년학교는 지난 3월 개교했다. 학업에 의지가 있는 14~17세 이하의 소년수들을 모아 학력 취득의 기회를 주는 교정시설이다. 시설명은 “인생의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데 있다”는 만델라 대통령의 말에서 착안했다. 지난 8월 28명의 소년수가 고졸 검정고시를 응시해 27명이 합격했고, 이 중 10명으로 수능시험반을 만들었다. 검정고시반의 경우 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도관들이 가르치고 있지만, 수능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한국사 4과목을 중심으로 연세대 대학생들이 주 4회 수업을 진행한다.

수능반을 처음 만들겠다고 했을 때 여기 있는 모든 소년수가 선뜻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소년수들 사이에서 “전과자가 무슨 수능을 치냐” “수능을 쳐서 뭘 하겠냐”는 식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사회 복귀에 대한 두려움을 보인 소년수들도 있었다. 검정고시반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임진호 교도(29)는 “출소하고 나서 다시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등 고민을 토로하는 소년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학업을 시작하면서 소년수들에게는 가고 싶은 학과가 생겼다. 두 달간 이곳에서 수능영어를 가르친 학생강사 정명주씨(21·남·연세대 건축공학과 2학년)는 “한 학생은 물리학과나 기계공학과를 가려면 얼마나 성적을 받아야 하는지 질문하기도 하고, 수의대를 가고 싶어하는 학생도 있다”면서 “원하는 성적이 안 나오면 재수하겠다는 학생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만델라 소년학교를 통해 수능을 치르는 소년수들에게 대학 지원 기회를 줄 계획이다. 실제 진학은 출소 시점과 대학의 학사 일정이 맞거나 조율이 가능한 경우 가능하다. 출소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장기 소년수의 경우 방송통신대학교를 운영하는 교도소로 이송돼 학위를 딸 수도 있다.

소년수들 사이에서도 학업 성취도는 차이가 있다. 영어 모의고사 2등급을 받은 소년수도 있다. 2등급은 상위 4~11% 사이로, 수도권 주요 대학에 지원할만한 성적이다. 대부분은 3등급(상위 11~23%)에서 5등급(40~60%)이니 편차는 있다. 그래도 수능 준비를 하는 소년수 모두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크고, 점차 발전하고 있다고 대학생 강사들은 말한다. 정씨는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영어 문장을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던 학생들이 점점 해석하기 시작하고 이전보다 맞는 문제가 3~4개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능반 소년수들은 3명, 3명, 4명으로 나눠 방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새벽 1시가 돼서도 잠을 안 자고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한다. 수감생활 규칙상 만델라 소년학교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평일 오후 9시 이후에는 방에서라도 자율학습을 하겠다며 밤늦게까지 학업에 열중하는 소년수도 있다. 24시간 감시가 이뤄지는 교도소 특성상 취침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부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수능반에 가고 싶어 하는 소년수들이 생기면서 검정고시반도 학업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임 교도는 “알파벳에서 소문자 b와 d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간단한 문장 정도는 해석할 수 있는 정도다”고 말했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내년 출소 예정인 수능반 4명의 자리를 채우고 더 늘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학업 지원이 교정·교화에 도움이 되냐는 비판도 있지만, 이곳 교도관들은 학업이 출소 이후 범죄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종한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은 “30여년간 교도관으로 일하면서 소년수들을 다시 성인 수감자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곳에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따지 못한 소년수도 있는데 범죄가 아닌 다른 길을 고민할 수 있게 하려면 학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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