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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가(家)의 야구 사랑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LG트윈스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시즌 성적 8위에 머물렀지만, 점차 전통 강호의 면모를 되찾으며 마침내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9년 만의 왕관 탈환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야구단 운영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家 代이은 야구사랑
14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선대회장은 소문난 야구광이다. 구 선대회장은 LG그룹 회장에 오르기 전인 1990년 MBC청룡을 인수해 LG트윈스 창단과 함께 구단주가 됐다. 구 선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LG 트윈스는 창단 첫해 우승과 함께 이후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9년 만에 LG가 또다시 우승을 일궈내면서 취임 5년 차 구광모 회장의 냉철한 승부사 기질, 인화의 용병술, ‘1등 LG’ DNA 이식, 고객 중심 등 경영 철학이 회자되고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만 40세의 젊은 나이로 LG그룹 총수가 되면서 선대 회장들의 경영 철학에 더해 ‘뉴 LG’를 위한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다.
◇냉철한 승부사
재계에선 특히 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묻어난 과감한 결단력이 주목받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스마트폰, 태양광, LCD 편광판, 전자 결제 사업 등 부진의 늪에 빠진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4월 5일 이사회를 열어 MC사업(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종료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이후 7월 31일 완전히 사업을 종료했다. 당시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무려 24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해당 사업을 정리하면서 MC사업본부에 들이던 인력과 비용을 다른 곳으로 투자했다. 적자에도 26년간이나 이어온 사업을 정리하는 데 있어 그룹 총수인 구 회장의 냉철한 결단이 없었으면 사실상 어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 회장은 적자 사업을 접은 대신, 전장과 로봇 등 미래 LG를 책임질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LG트윈스도 구 회장이 구단주로 취임한 이후부터 유망주 육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팀 재건에 몰두하면서 ‘강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엔 우승을 목표로 외부 FA 선수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마지막 시리즈 MVP에 오른 박해민, 시리즈 동안 2번의 홈런을 때려낸 박동원 등이다. 선수층이 탄탄해지면서 우승 전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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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의 용병술
구 회장의 ‘인화의 용병술’도 빛을 발하고 있다. LG그룹은 현재 구 회장 아래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등 3인 부회장 체제다.
지난 2022년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봉석 부회장은 비교적 젊은 1963년생으로 향후 몇 년 동안은 구광모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인물로 꼽힌다. 권영수 부회장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취임한 첫해인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각각 43.4%, 57.9%나 증가하면서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신 부회장이 맡고 있는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18년 이후 성과를 종합해서 고려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다.
LG트윈스 특유의 ‘인화’도 같은 맥락이다. 5년째 팀의 선발투수로 ‘에이스’ 자리를 지키던 외국인 용병 케이시 켈리는 올해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감독과 프런트의 신뢰 덕에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 주역이 됐다. 신인 시절 실수가 잦았던 오지환도 끝까지 믿고 기용하면서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워냈다. 그는 LG트윈스의 주장으로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구 선대회장이 ‘미래의 KS MVP’에게 남긴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오지환은 구 회장에게 이 시계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의미를 남다르게 했다. 그는 “(롤렉스)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겠다. 롤렉스 시계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말해 LG팬들을 또 한번 감동시켰다.
◇1등 DNA 확산…미래 준비 ‘착착’
구 회장은 취임 직후 ‘미래 준비’를 키워드를 앞세워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일찍이 낙점한 배터리·전장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향후 5년간 ABC를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분야에 약 54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 잔액은 12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에선 특히 구 회장 취임 이후 5년간 LG그룹의 가장 큰 변화로 만년 2등을 딛고 확산되는 1등 DNA를 꼽는다. LG전자는 세계 생활가전 사업에서 202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2년 연속 가전 세계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만년 2위였던 LG전자는 2021년 처음으로 미국 월풀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1등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49.2% 증가한 64.1GWh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94년 우승 이후 한동안 하위권에만 머무르며 ‘암흑기’를 보낸 LG트윈스도 감독·코치진 교체, 베테랑 선수 방출 등 강도 높은 리빌딩으로 통합 우승팀으로 거듭났다. 구 회장은 LG트윈스가 우승을 확정 지은 전날 저녁 서울 잠실 고깃집에서 열린 선수단 회식자리에 동참에 기쁨을 함께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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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경영…’LG 팬덤’
사람 중심의 인화를 중시하는 구 회장은 특히 ‘고객중심경영’을 대전제로 LG그룹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2023년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경영 철학이 오롯이 담겨있다. 구 회장은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도 고객에게 더 가치 있는 경험과 감동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객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돼 가치 있는 경험을 고민했고, 이러한 노력들로 고객으로부터 진정 사랑받는 LG가 되기 위한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회장 취임 이후 줄곧 고객가치를 강조해 왔다. 일하는 방식을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구 회장의 ‘고객사랑’은 LG트윈스 팬들에 대한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구 회장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LG트윈스 팬을 향해 “세계 최고”라고 칭했다. LG트윈스 팬 커뮤니티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가장 활발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 개진이 많은 편이다. 차명석 단장은 구단 운영에 대해 중요한 사항이 생기면 유튜브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해 설명할 정도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 공급망 경색 등 대외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수요 위축 등 경영 어려움이 심화하는 추세에서도 구 회장의 고객 가치 경영은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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