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같은 당내 강경파가 반대하는 정부 임시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힘을 빌리로 했다. 사흘 안에 2024년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정부 업무가 정지되는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정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같은 당의 반대에도 이 같은 고육지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하원은 존슨 의장의 임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존슨 의장의 이런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에서도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의 양당 지도부는 전날 2단계 예산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존슨 의장은 지난 11일 임시예산안을 공개했는데, 본회의 토의 규정을 결정하는 하원 운영위원회를 임시예산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어 예산안의 상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존슨 의장은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택했다. 이 경우 예산안 가결에 하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3석이다. 존슨 의장이 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임시예산안이 전년도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데다, 반대할 명분도 대안도 없다는 점에서 의원 다수가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면 WP는 존슨 의장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가 자력으로 예산안 처리를 시도했다가 자당 강경파 반대로 부결되는 “부끄러운 패배”를 피하고자 이런 전략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당장 이날 성명을 내고 존슨 의장의 예산안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존슨 의장이 제시한 예산안은 2024 회계연도 전체가 아닌 내년 1∼2월까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만 책정한 임시안이다. 공화당 강경파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경파는 지출 삭감이나 국경 통제 강화 예산 등 요구안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WP는 존슨 의장의 계획대로 예산안이 통과하게 돼도, 강경파가 하원의장을 해임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덤 코커스의 칩 로이 의원은 존슨 의장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셧다운 위기를 맞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프리덤 코커스는 성명에서 “우리는 존슨 의장과 계속 일할 의지가 있지만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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