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20여년간 뇌파와 감정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온 저자는 ‘인간의 감정 주체는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진행한 뇌파 측정 실험에 따르면 사람은 “재미있어요, 즐거워요”라고 말해도 뇌파의 긍정 감정은 좀처럼 증가하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증가한다고 해도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반면 ‘짜증 난다’, ‘초조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약간의 계기만 있어도 곧바로 증가했다. 타인의 감사에도 뇌는 “진심일까?”라는 의심을 하며 반응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저자는 사람의 뇌가 긍정에는 매우 둔하고, 부정에는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같은 44가지 일상 속 다양한 뇌파 실험 사례를 전하며 나쁜 감정에 따른 ‘기분 폭력’에서 벗어나는 법을 전한다.
인간에게는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 외롭다, 설렌다, 짜증 난다, 두근거린다, 기분이 고조된다, 기분이 저하된다, 집중한다, 안절부절못하다 등 다양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있다. 자신의 감정이라면 비교적 잘 알아차릴 수 있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물론 말의 뉘앙스나 표정으로 어느 정도 상상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게다가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정확히 이해받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많은 말로 표현해도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해 답답하거나 자기 생각과 달리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아서 마음이 상한 경험을 누구나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자신의 감정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 이것은 모두 감정이 ‘보이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다. 만약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물음에 사로잡힌 나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열쇠로 뇌파에 주목했다. – p.017-019
즉, 우리의 뇌는 좋은 것에 대한 편안함은 금방 놓아주고, 싫은 것에 대한 불쾌감과 스트레스는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참으로 곤란한 경향이 있다. 잘 생각해보면,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지내는 날은 거의 없지만, 짜증을 내며 하루를 보내는 날은 드물지 않다. 이것도 긍정적인 감정은 오래가지 않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오래간다는 뇌의 습성 때문이다. – p.035-036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지배되는 우리 뇌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뇌파에서 시각화된 감정은, 부정적인 말이 사람의 마음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흉기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러므로 SNS상의 비방과 중상모략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사회의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 p.070
왜 기분 폭력이 생기는 걸까? 그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살펴보자. 뇌파 연구를 통해, 기분 나쁨은 뇌에서 직접적으로 뇌파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뇌가 발산하는 ‘부정적인 텔레파시’다. 불편한 분위기, 그냥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스트레스는 뇌가 내뿜는 부정적 텔레파시가 원인이다. – p.085
타인의 기분 나쁨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에 동조하는 뇌를 가진 우리 인간은 타인의 불쾌감까지 떠안게 되는 생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과 즐거운 것에 공통점이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의 경우는 참기 힘든 것, 싫어하는 것에 공통점이 많은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개를 싫어하고 파트너는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가정하자. 싫어하는 개를 볼 때마다 여러분의 스트레스는 증폭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순간 여러분 곁에 있는 파트너의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여러분이 발산하는 기분 나쁜 뇌우라 때문이다. 즉, 파트너는 개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개가 계기가 되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 p.105
뇌는 행복을 기억하지 않는다 | 미츠쿠라 야스에 지음 | 오시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168쪽 | 1만6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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