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미국 월가 금융사들의 보너스 파티는 올해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으로 최대 25%가량 보너스를 삭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컨설팅업체 존슨어소시에이츠는 1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M&A) 부문의 보너스 지급액이 올 연말 최대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존슨어소시에이츠는 “글로벌 M&A·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 관련 딜메이킹이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월가에 보너스 한파를 불러온 건 고금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주식시장과 M&A 시장이 각국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전환으로 불황에 빠졌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면서 월가 전역에 타격이 번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월가 대표 금융사들은 고금리로 시중에 현금이 메마르고 투자은행(IB) 부문 실적에 직격탄을 입자 지난해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고금리 직격탄에 따른 거래 가뭄에 기업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은 올해 3분기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순이익이 24억800만달러(약 3조2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주력 사업인 IB 부문 매출은 9억3800만달러로 전년 동기(12억7700만달러) 대비 27% 급감했다. JP모건도 같은 기간 IB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IB 부문 매출이 10억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며 “은행업이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 5대 대형은행들은 올 들어 총 2만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이들 은행 가운데 전체 인력의 5%가량을 줄인 웰스파고의 인력 감축폭이 가장 컸다.
알란 존슨 존슨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로 올해 보너스 삭감 조치는 더 극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월가가 당분간 예전 성장 경로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월가 평균 보너스는 17만6000달러(2억3000만원)로 전년 대비 26% 급감했다.
내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한 외신은 “비용 압박과 고금리 장기화 기조, 지정학적 긴장의 역풍으로 월가에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지정학적 긴장으로 월가는 내년에도 어려운 한 해에 직면할 것”이라고 짚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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