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부터 18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에게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APEC의 리더십을 강조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 억지력 강화·공급망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한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동포 간담회에 참석한 후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찾아 기조연설과 투자신고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개최국이 주최하는 APEC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 뒤, 현지에서 ‘첨단기술 분야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를 가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16일부터 본격적인 APEC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APEC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북러간 무기 거래의 불법성 및 국제적 공조 대응,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무역체제 복원, 역내 공급망 연계성 강화, 디지털 윤리규범 정립을 위한 APEC 협력의 필요성과 대한민국의 역할 등을 언급할 계획이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는 17일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일 및 한미일 첨단 기술분야 협력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시 주석과 대면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일중 정상회의 재개 논의도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시 주석의 방한을 위한 고위급 교류도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의 대중 경제외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한국의 IPEF 참여로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한국의 IPEF 참여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것이며 중국 견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국과 호혜적 협력을 지속하면서 양국 기업과 국민들이 더 많은 교류의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4일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를 시도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관계를 더 좋게 바꾸려는 것”이라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군사대화채널 복원 가능성도 나오는 만큼 한국도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도발 등에 대한 입장을 중국의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간 조율은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18일 귀국하는 윤 대통령은 19일 국내 현안을 살핀 뒤 20~26일 영국·프랑스 순방길에 오른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