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업체 라피더스가 연내 미국 실리콘밸리에 영업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간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을 디커플링(공급망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라피더스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반도체 관련 일본 경제산업성 주최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엔비디아,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반도체 업체와 캐나다, 일본 업체 등 8곳의 고위 임원이 참석했다.
라피더스의 이러한 결정은 구글이나 애플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미국의 IT 대기업을 미래 고객으로 염두에 둔 조치다. 고객의 니즈를 기획, 설계 단계부터 파악해 신속하게 개발, 제조로 연결하려면 미국에서 거점을 설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미국에 고객사가 될 기업이 많다. 사업을 글로벌하게 전개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라피더스는 현지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관련 기술자도 채용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내에서 반도체 기술자를 스카우트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만큼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분야에 대해서는 일본 대신 미국에서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라피더스는 뉴욕주 IBM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200명을 고용해 최첨단 2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고이케 사장은 현재 개발상황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내년 말부터 미국에서 제조기술을 확립한 후 2025년부터 일본 홋카이도 생산거점에서 시제품을 라인을 가동하고 2027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1월 도요타자동차, NTT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총 78억엔을 공동 출자해 최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목표로 출범한 기업이다. 미국 IBM과 벨기에 소재 연구기관 IMEC와도 기술협력 제휴를 맺었다.
한편, 중국을 견제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온 미국과 일본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4일 외무·경제각료협의인 ‘경제판2+2’ 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는 미국의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일본의 니시무라 야스히 경제산업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 미·일은 ‘투명하고 강력하며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일의 공급망 전략 기틀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중국을 염두에 두고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에 대항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기준 등을 마련하고 환경 등 공정 경쟁을 위한 조건을 갖춘 공급망을 구축하자고 할 계획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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