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이 미국의 중소기업 경기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로 대출 상환 비용이 늘면서 미국 중소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파산연구소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9월 말까지 1500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기가 큰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 전체 파산 건수와 비슷한 규모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 비용이 늘어난 것이 중소기업들의 경영에 큰 타격을 미쳤다. 미국 전국자영업연맹(NFIB)에 따르면 미국의 중소기업들은 지난 3개월간 평균 9% 이상의 금리로 단기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에는 한 달간 단기대출 평균 금리는 무려 9.8%에 달했다. 이는 2006년 12월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단기 대출 평균 이자율은 6.7%였으며 2021년에는 4.6%에 불과했다. 2년 사이 대출 금리가 4%포인트 넘게 뛴 것이다.
중소기업들 대다수는 금리가 치솟으면서 사업환경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WSJ이 지난달 450여곳의 미국 중소기업 사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높은 이자율이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25%의 응답자는 아직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향후에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경우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고금리로 인해 추가 대출 여력도 사라지고 있다는 답변도 나왔다.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미국의 12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는 현재 금리 상태에서는 대출을 더 늘릴 수가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현금 보유액이 적고 자금 조달처가 다양하지 않은 만큼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대기업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이전인 2021년 기준 미국의 중소기업은 전체 수익의 6%를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반면, 대기업은 그 비율이 2%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생산량 대비 많은 부채를 안고 있고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고금리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사업확장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WSJ은 미국의 중소 케이터링 업체와 정밀 가공 업체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들이 대출 상환에 따른 자금난으로 냉장고 구입을 취소하고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전문 경영 자문 회사인 미국의 비스티지 월드와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20% 이상이 고금리와 대출 상환 비용 증가가 채용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파산 건수 증가가 Fed의 긴축 정책으로 미국의 경제 전반이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중소기업 파산 사태를 비롯해 주택 매매 건수 감소와 고용 둔화 등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경제 전반에서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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