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우승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했다.”
LG의 장수 외국인 선수 케이시 켈리는 지난 13일 막을 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과 5차전 선발투수를 맡아 11⅓이닝 9피안타 5볼넷 9탈삼진 3실점 2자책점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했다. 비록 6⅓이닝(2실점 1자책점)을 책임진 7일 1차전에서는 팀이 2-3으로 역전패하면서 패전을 안았지만, 마지막 5차전에서는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켈리의 KBO리그 커리어가 곧 LG의 우승 도전 역사다. 2023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의 승리투수 켈리는 2019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2021년 준플레이오프,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LG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켈리 아닌 선발투수가 등판한 경기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켈리가 한국시리즈 승리를 챙기면서 29년 만의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켈리는 KBO 포스트시즌 모든 단계에서 승리를 거둔 역대 최초 투수라는 진기록도 얻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열기와 기쁨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14일 켈리는 메시지 인터뷰에서 “목표였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내 기분이 정말 좋다. 올해는 진짜 팀워크가 돋보인 한 해였다. 구성원 한 명 한 명 모두가 이번 시즌 우리를 챔피언이 될 수 있게 했다”며 선수들과 구단 구성원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한국시리즈 기간 우리는 우승만 생각하고 집중했다. 우승하기 위해 필요한 거라면 뭐든지 했고, 개인의 목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만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켈리는 이번 가을 야구를 LG에서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슬로스타터’로 알려진 켈리지만 올해는 부진이 유독 길었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 성적이 18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에 그쳤다. 팀이 정규시즌 1위를 달리면서 켈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6월 11일 대전 한화전 1⅔이닝 6실점, KBO리그 데뷔 후 최악의 경기는 많은 팬들을 돌아서게 했다.
켈리는 묵묵하게 자기 일에 집중했다. 이따금씩 인터뷰에서 교체 여론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웃는 얼굴로 “나는 한국어를 몰라서 그런 얘기가 있는지 몰랐다”고 슬쩍 넘겼다. 가을이 다가오자 켈리는 점점 ‘잠실예수’로 부활했다. 30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자신의 루틴이 아닌 팀의 승부처에 몸을 맡겼다. 7일 1차전에 선발 등판한 뒤 사흘 쉬고 11일 4차전 등판까지 염두에 두고 회복기를 보냈다. LG 염경엽 감독은 만약 3차전까지 시리즈 전적이 1승 2패로 밀리면 4차전에 켈리를 내세울 생각이었다. LG가 1차전 패배 뒤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역전승으로 장식하면서 켈리는 정상적으로 5차전에 등판할 수 있었고, 시리즈 마지막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염경엽 감독은 내년에도 켈리와 함께가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켈리가 쌓아 온 경험, 그리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내년에 새로 올 또다른 외국인 투수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재계약 제안을 안고 5차전에 등판했던 켈리는 “구단에서 나에게 한 시즌 더 같이 가자고 제안해줘서 기쁘다. 나는 매 시즌을 ‘마지막처럼’ 생각하고 야구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모든 시간을, 한국에 함께 있는 가족들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재계약이 이뤄지면 켈리는 한국에서 6년째 시즌을 보내게 된다. 켈리는 29년 만의 우승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LG 팬 여러분은 세계 최고의 야구 팬입니다. 여러분의 성원과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과 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LG 파이팅”이라고 전했다.
“LG Fans, Thank You For All Your Support and Dedication. The Best Fans in the World. My family and I love You Guys so Much. LG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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