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허리띠 졸라매기’…인플레 압력에 ‘긴축 모드’

KB(왼쪽부터)·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각 사

국내 금융그룹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비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탓이다. 특히 비은행 중심으로 부실화 우려가 여전해 자산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금융그룹들의 긴축 경영은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경비율(CIR)은 평균 38.8%로 1년 전보다 3.8%포인트(p) 하락했다. CIR은 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에서 인건비나 점포 임차료 등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KB금융의 CIR이 37.4%로 1년 전보다 9.5%p 내리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대를 나타냈던 CIR을 30%대로 관리하며 비용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하나금융도 같은 기간 37.8%로 5%p나 하락했다. 하나금융이 올해 중기 목표로 설정한 CIR 40%를 밑도는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39.2%로 0.9%p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40.6%로 0.1%p 소폭 상승했지만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지방 금융지주사들도 비용 절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중에서는 DGB금융이 43.6%로 8.7%p 내리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JB금융은 36%로 2%p 하락하며 모든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자랑했다. BNK금융만 45.3%로 1%p 상승했는데 계열 은행들의 인건비·물건비가 오른 영향을 받았다.

BNK금융(왼쪽부터)·DGB·JB금융그룹 본사 전경.ⓒ각 사

앞으로도 금융지주사들의 긴축 경영은 계속될 전망이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판관비 상승 압력이 여전한 탓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석 달 연속 3%대를 나타내고 있다.

또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금융그룹들의 자산 성장이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긴축 경영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비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대규모 충당금 적립 기조가 지속돼 이익 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의 이익 상승 추세는 은행 실적에 힘입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승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 순이자마진 하락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하락 폭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 불확실성이 높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며 “앞으로도 그룹들은 모두 전사적인 차원에서 비용 효율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