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한다. 은행 등 수신 금융기관과 달리 업권 고유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휴업체 선정과 관리 기준을 체계화하고 비정상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송금을 차단하도록 체계를 세울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여전업권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최근 롯데카드에서 100억원대 규모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업계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이 100억원대 배임한 혐의를 적발해 해당 직원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사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공모한 협력업체와 부실한 제휴 계약을 맺고 105억원을 지급한 뒤 이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썼다. 이 과정에서 롯데카드의 내부 통제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여전업권 특성을 반영해 ▲제휴업체 선정관리 ▲자동차금융 ▲PF대출 ▲앱카드 인증 ▲횡령차단 자금관리 통제 등 여전사의 취약 부분에 대해 사고발생 예방장치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별로 다르게 운영되던 내부통제 기준도 표준화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우선 롯데카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휴업체 선정 및 관리에 대한 표준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 절차가 진행될 수 없도록 견제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일상감사가 실시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자금집행을 강화하고, 인감날인시 입회자를 두도록 하는 식이다. 제휴업체의 이행 실적을 점검한 뒤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도 의무가 된다.
중고차 금융의 경우 대출 과정을 손보기로 했다. 여전사가 대출금을 대출모집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라 중간에 대출금이 편취될 위험이 있고, 사고가 나도 여전사가 이를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에스크로 등 안전결제 방식으로 활용해 대출금을 지급하고, 대출 실행 후 즉시 증빙자료 징구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근저당 미설정 건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관련 대출을 여러 건 이용하고 있음에도 정보 부족으로 명의를 대여하거나 소득증빙을 허위로 제출한 차주도 식별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 코드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PF대출 절차도 강화한다. 동일 담당자나 부서가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비정상적으로 송금을 승인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PF대출 직무분리 기준 마련 ▲전산상 수취인명 임의 변경 원천 차단 ▲사전 등록 지정 계좌만 송금 허용 ▲자금인출요청서 위변조 방지대책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횡령 등을 막기 위해 자금관리를 강화하고 앱카드의 인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같은 개선 방안을 토대로 여전업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표준 내부통제 기준도 제정한다. 올해 말 모범규준을 최종 확정하고 내년 1분기부터 개별사의 내규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내년 3분기에는 이 방안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도 점검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여전사 임직원의 횡령·배임 관련 법률상 제재 근거 마련 작업에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저축은행법 등에서는 법령 위반 시 임직원을 금융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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