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15일 사과를 거부하며 “사람들이 인종차별주의가 얼마나 센 말인지 모른다. 영어로 소통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racist(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극악”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제가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이야기한 것은 이분이 바이링구얼(bilingual·이중언어)이고 저도 나름 영어가 되니까 이야기했던 것이지 이거를 인종차별 의도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며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모르고 사람들이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도 유학 다녀왔는데, 인 위원장은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말씀하시는 게 맞다”며 인 위원장이 ‘밀실 대화’를 언급했던 것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13일 JTBC와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이 전 대표를 꼽으며 “언론이 없는 밀실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고 싶다. 오해를 풀기 위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이준석 씨와 밀실에서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밀실 정치가 어떤 어감인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허심탄회하게 비공개로 얘기하자’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사실 글로 옮겨놓고 보면 섬뜩한 말이다. 제가 무슨 뒷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 같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방식을 지적했다가 장애인 혐오 비판을 받았던 일도 언급했다.
그는 “‘전장연이 지하철을 막아 세우는 시위하는 것은 잘못된 시위 방식’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혐오로 몰아버리면 앞으로 전장연에는 어떤 지적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저는 보훈단체나 보수 성향 단체가 지하철을 세워도 똑같이 얘기할 거다. 그럼 제가 보수 혐오하는 것이냐. 이렇게 되면 아예 사회 담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위축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프리카 차별’ 논란도 함께 예로 들었다. 2021년 9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제가 똑같은 기준으로 사람들 말꼬리 잡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정치가 구질구질해진다”며 “예전에 윤 대통령은 ‘이런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얘기한 적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그게 아프리카 혐오지만 그 나이대 분들은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제가 그냥 지적 안 하고 다 넘어가는 것들”이라고 했다.
이어 “옛날부터 (사용해오던) ‘벙어리'(라는 표현은) 장애인 혐오고 이렇게 하나씩 걸기 시작하면 쓸 수 있는 말이 사라진다”며 “당연히 사회가 진보하면서 그런 표현들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가 그 기준으로 사람들 잡고 다니기 시작하면 굉장히 다들 고생할 것”이라고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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