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통화정책을 둘러싼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내년 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훌쩍 커진 가운데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도 시선이 쏠린다. 특히 지난달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금리인하를 언급한 위원이 1명 등장함에 따라 오는 30일 금통위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이견이 본격 도출될지도 큰 관심사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에서 향후 3개월 후 금리 수준 전망에서 큰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위원은 신성환 위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 7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둘 구체적인 근거로 성장 경로의 하방압력을 꼽았다. 지난달 금통위를 앞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변수가 갑자기 등장,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대두됐지만, 전쟁 양상이 확전으로 전개될 경우 글로벌 경기 위축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리인하의 가능성도 남겨놔야 한다는 견해다.
신 위원으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은 “성장경로 상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국제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 민간소비 회복세 약화, 주요국 긴축 기조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수요 약화 가능성 등 하방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IT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전망 경로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성장·물가에 대한 향후 추이를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전망경로 대비 향후 성장과 물가 그리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 방향 및 크기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금통위원 전원은 기준금리 동결 만장일치 의견을 냈고,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매파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후 공개된 의사록을 살펴보면 신 위원 추정인물은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 ‘방향’을 언급하면서 상방뿐만 아니라 하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신 위원은 올해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상향 조정했을 때, 주상영 전 금통위원과 함께 현 수준인 3.25%에서 유지해야 한다며 동결 소수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다만 의사록으로 봤을 때 이달 말 금통위에서 신 위원이 금리인하를 소수의견으로까지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1명의 금통위원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내년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봇·pivot)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통상 한은은 피봇 수개월 전 의사록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위한 시그널을 제시하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를 준비하려면 올해 발을 담가야 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 하고, 가계부채 급증 우려가 커지면서 섣부른 인하 기대감을 경계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이같은 해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내년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한국이 먼저 출구전략을 세우기에는 이르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이는 위원의 발언은 오히려 뉴트럴(중립)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추가 긴축과 완화 여부를 모두 살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를 금리인하 지지 의견으로까지 해석하기는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박춘섭 금통위원, 경제수석행 폭풍 변수
아울러 금통위원의 교체 가능성도 연말 폭풍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4월 금통위원에 새로 합류한 박춘섭 금통위원이 차기 경제수석에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11월 금통위가 마지막 금통위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의 대규모 인적 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현재 대대적인 인사 검증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내년 4월10일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내달 12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며, 공직자 사퇴 시한도 내년 1월11일로 코앞에 다가온 만큼 늦어도 내달 초 관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21일 금융위원회 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취임한 박 위원은 임기가 오는 2027년 4월20일까지로 3년여 남아 있으며, 지금까지 단 4번(5·7·8·10월)의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했다. 금통위원 임기 도중 자리를 옮긴 직전 사례는 고승범 전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던 지난 2021년 8월이다. 다만 고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2016년부터 금통위원을 지냈고, 한은법이 개정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 도중 자리를 이동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권효성 블룸버그코리아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박 위원이 경제수석이 되면 향후 경제·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박 위원은 평소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크고, 가계부채 대응을 강조해 온 만큼 현 최상목 경제수석보다 긴축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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