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소액주주들이 대량보유 보고 의무와 같은 이른바 5% 룰을 어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상장기업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다.
지난 6일 이화전기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화전기 소액주주연대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이화전기 지분을 17.8% 공동보유하고 있다. 공동보유약정을 맺은 소액주주는 6일 기준 총 2224명으로, 이들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모였다. 소액주주연대는 “확보한 지분을 통해 주주제안, 주주총회 소집 등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액트는 이화전기를 비롯해 이트론, 이아이디, 셀리버리, KH건설, 대유 등 6개 회사의 소액주주연대를 대상으로 경영권 영향 목적의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를 했다.
이처럼 경영권을 행사할 목적 등으로 소액주주연대가 5% 이상의 지분을 공동 보유하게 될 경우 주식 변동과 특별관계자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대량보유 보고 의무가 따른다.
자본시장법 147조 등에 따르면, 주식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보유목적등 중요한 사항이 변경된 경우 5영업일 이내에 그 보유상황과 변동내용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한다. 또 배우자와 가족 등 특별관계자의 합산 보유비율이 5% 이상인 경우에도 주식 소유 상황을 함께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지분을 공동 보유할 목적이 있다면, 공동 보유 목적이 해소되기 전까지 대량보유 보고 의무 등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며 “공동 보유자들이 주식을 사고팔아 1% 이상 지분이 변동되면 보고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 보유자가) 몇십 명이든, 몇천 명이든 다르지 않다”며 “(보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고의 여부, 경영권 분쟁 여부 등을 따져 제재를 내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동보유약정을 맺은 소액주주연대가 ‘5% 룰’을 위반할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보유약정을 맺은 소액주주들은 공시의무를 지게 되는데, 2000여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주식 변동 현황 등을 일일이 파악해 보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한 소액주주 플랫폼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지분 보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동보유약정을 통한 공시 대리 서비스 등을 검토했지만, 법률적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해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은 첨예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량보유 보고 의무와 같은 원칙 위반을 사소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의 과실여부 등을 판단해 주의나 경고를 주거나 검찰에 고발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본시장 업무를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사소한 법 위반 사항이 문제가 돼 (경영권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대량보유 보고의 경우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관련 법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함께 받는다. 자칫 잘못하면 의결권을 제한 당할 수 있고, 과징금 부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올 3월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연합회가 대량보유 보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의결권을 제한했다. 소액주주연합회는 이에 맞서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