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5일(현지시간)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에서도 둔화세가 확인되면서 강보합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63.51포인트(0.47%) 오른 3만4991.2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18포인트(0.16%) 높은 4502.8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45포인트(0.07%) 상승한 1만4103.84에 마감했다.
S&P500에서 통신, 소재, 금융 관련주는 상승하고, 에너지, 유틸리티, 기술 관련주는 하락했다. 유통공룡 타깃은 예상보다 나은 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전장 대비 17% 이상 뛰었다. 타깃의 3분기 주당순이익은 2.10달러로 전문가 전망치(1.48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TJ맥스 등의 모기업인 TJX는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3%이상 밀렸다. 앞서 유동성 우려로 하락세를 보인 플러그파워는 3%가까이 올랐다. JD닷컴은 예상을 웃돈 실적에 힘입어 뉴욕증시에서 7%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패션회사 VF는 JP모건이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상향하며 14%이상 뛰었다.
투자자들은 전날 예상을 밑돈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이날 공개된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를 주시했다. 도매물가 격인 10월 PPI는 전월 대비 0.5%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1% 상승)와 달리 깜짝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낙폭은 2020년4월(-1.2%) 이후 최대치다. 10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1.3%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1.9%)를 훨씬 하회했다.
통상 도매물가 상승분이 향후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시그널로 분석됐다. PPI까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확인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종료 전망은 한층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는 “CPI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해야할 모든 것을 했다”며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와 경기 냉각을 확인하고 궁극적으로 Fed의 12월 인상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다음 회의인 12월은 물론, 내년 1월에도 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100% 반영 중이다. 이르면 3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25%를 나타내고 있다.
미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자지출은 누적된 긴축 여파 등으로 7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70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월간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감소폭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보다는 적었다. 그간 시장에서는 누적된 긴축의 지연 효과, 인플레이션, 팬데믹 이후 초과 저축 고갈, 급증한 신용카드 연체율 등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4분기부터 소비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번주 예고됐던 셧다운 위기감은 다소 진정됐다. 앞서 미 하원이 연방정부가 내년 1∼2월까지 사용할 추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우려했던 셧다운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시예산안은 상원에서의 심의 및 처리 절차를 앞두고 있다. 상원의 양당 지도부가 지지 입장을 밝힌 만큼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무난히 통과가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주도한 이 예산안은 정부 부처별로 예산이 소진되는 시기를 다르게 정했으며, 민주당이 반대하는 대규모 예산 삭감이나 양당 간 입장차가 큰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패키지 지원 예산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약 1년만의 대면회담에 나섰다. 이들은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경쟁이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하며,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 같은 큰 나라들에 있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면서 양국 간 충돌은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 패권전쟁이 노골화하고,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수년간 이어진 양국 전략경쟁 구도와 쌓인 갈등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당장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으로서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한 중국으로서도 더 이상 충돌이 심화하지 않도록 현시점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이날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53%선에서 움직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91%선을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3%이상 오른 104.4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미국 주간 원유 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1.60달러(2.04%) 하락한 배럴당 76.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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