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신임 KBS 사장이 지난 13일 부임하자마자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 주진우 씨에게 하차를 통보하는 등 인사 조처를 감행하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민 사장 취임 3일 만에 시청자 민원 500여개
16일 오전 7시 기준 KBS 시청자상담실 자유게시판에는 박 사장이 부임한 지 3일 만에 500여개에 달하는 민원이 쏟아졌다. 이전까지 일일 신규 게시물이 10여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해당 게시판은 KBS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 등의 절차를 거친 회원만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주진우 라이브 원상복구!” “더 라이브를 살려내라” “9시 뉴스 앵커 교체는 무도하다” 등 박 사장 부임 후 나타난 변화들에 대한 불만이다. 한 시청자는 “주진우 라이브 당장 돌려놓아라. 이따위로 운영하면 TV 수신료 안 낼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26대 한국방송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뉴스 9’ 앵커 교체, ‘더 라이브’ 편성 삭제
박 사장은 취임 첫날 주요 임원 및 방송 진행자 등에 대한 대규모 인사 조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4년간 KBS ‘뉴스 9’를 진행한 이소정 앵커는 인사권을 가진 보직자에게 갑작스레 하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 앵커가 된 박장범 기자는 13일 ‘뉴스 9’에서 “그동안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지켜온 ‘더 라이브’가 결방되고, 16일까지 편성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더 라이브’ 제작진은 “구멍가게가 하루 문을 닫더라도 이유를 적시하고 양해를 구한다”며 사측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차 통보’ 주진우 “막방도 못해”
특히,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 씨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오전 KBS에서 연락받았다. 이제 회사에 오지 말라는, 방송을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주진우 라이브’에서 잘린 것”이라며 “마지막 방송도 못 했다”고 적었다.
또 “(KBS) 간부는 ‘방송 날 해고 통보는 비상식적인 일이고,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안 된다’고 했다. ‘사장이 워낙 강경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며 “앞으로 ‘주진우 라이브’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곧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의 경우 지난 7일 열린 박 사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주진우 라이브’가 야권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에, “그간 행정 제재받은 내용과 KBS에 미친 영향에 대해 종합해서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박민 사장 취임 첫날부터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번 조치들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방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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