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을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단위가격표시 정보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제품 용량 등 변경 사항을 소비자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해 기업들의 이른바 ‘꼼수 가격인상’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보다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단위가격표시제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단위가격표시제는 상품의 가격을 일정 단위로 환산한 가격으로 통일해 표시하는 제도로, 생산자가 상품의 용량 및 포장방법을 달리하더라도 소비자가 단위당 가격을 통해 제품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다만 현행 단위가격표시에는 기존 용량 대비 얼마나 변경됐는지 등 여부가 표시되지 않아 소비자가 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의 변경된 용량을 소비자가 보다 쉽고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표시 방법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체들의 슈링크플레이션 행태는 최근 정부로부터 가격 인상자제 압박을 받으면서 빠르게 관련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맥주 묶음 팩의 1캔당 용량을 375㎖에서 370㎖로 5㎖ 줄였고,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한 봉지 용량을 기존 415g에서 37g 줄인 378g으로 변경했다. 제품 용량이 줄었지만 이를 모르고 소비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가격, 함량, 중량 표시가 정확하지 않으면 현행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품표시 강화 방안의 정비를 완료하면 향후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식품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가공용 옥수수, 대두, 원당·설탕, 식품용감자 등 주요 식품원료에 대해 내년까지 관세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라면 원료인 감자전분의 수입 가격이 오르자 업계의 할당관세(0%) 적용 연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로, 지난 7월(2.3%)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3.2%였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아진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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