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정규 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출제됐다고 수능 출제본부는 밝혔다. 초고난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문항’은 확실히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출제방향 브리핑을 열고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했으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며 “EBS 연계율은 문항 수 기준으로 50% 수준이고, 연계 체감도를 높여 출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올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에 시작돼, 오후 5시45분까지 진행된다. 응시생은 50만4588명으로 지난해와 거의 같다. 이 중 고교 3학년 재학생은 32만6646명, 재수생 이상(속칭 N수생)은 17만7942명이다. N수생 비율은 31.7%로, 1996학년도 수능(35.7%) 이후 27년만에 가장 높다. 특히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속칭 반수생이 9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입시전문가들은 반수생이 역대 가장 많다고 추정한다. 킬러문항 배제로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상위권 학생의 의대 진학을 위한 반수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상위권 N수생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킬러문항 대신 전체적인 수능의 난도를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6·9월 모의평가에서 N수생 등을 포함한 수험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출제에 고려했다”며 “응시생이 특정 문제 풀이에 시간을 지나치게 과도하게 쓰지 않게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초고난도 킬러문항이 실제로 배제됐는지에 대해, 정 위원장은 “킬러문항은 출제하지 않았다”며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부터 출제 오류 사태를 방지하고 킬러문항 요소를 점검하기 위해 출제·검토 위원단과 별도로 ‘고난도 문항 검토단’을 꾸렸다. 검토단이 킬러문항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출제위원단은 이를 반영해 문항을 수정·보완했다.
문·이과 통합 3년차인 이번 수능에서도 국어와 수학영역 선택과목별 점수차로 인한 유·불리 논란이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학 영역 지원자 중 ‘미적분’ 선택자는 49.2%로 ‘확률과 통계'(4.1%), ‘기하'(46.8%)보다 많다. 미적분 선택 비율은 지난해보다 5.5% 늘었으며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정 위원장은 “대학 지원에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6·9월 모의평가에서 선택과목 응시집단을 분석해 이 문제를 최대한 피하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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