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한국에서 주식하면 안됩니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투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상장사가 기업 성장의 이익을 주주와 나누기는 커녕 ‘쪼개기 상장’ 등을 통해 오너가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 LG화학에서 물적분할 후 증시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 예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회사측의 행보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했지만, 결국 회사는 쪼개졌고 증시에 상장됐다. 쪼개기 상장의 대표주자란 비난을 받고 있는 카카오의 주가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끊임없는 사업분할, 중복상장을 통해 카카오그룹을 키웠지만 그 과정에서 카카오 주가는 끝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에도 쪼개기 상장은 계속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회사의 상장을 앞두고 있는 회사는 총 5곳으로, 두산로보틱스와 신시웨이는 각각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이미 상장했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한선엔지니어링은 이달 상장 예정이다. LS머트리얼즈는 오는 12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자회사 상장은 모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쪼개기 상장으로 모회사의 주주 가치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의 모기업인 두산의 경우 지난 9월 11일 하루 동안 27.65%가 상승하며 14만9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 두산로보틱스는 코스피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 기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다.
그러나 9월 말일인 27일 11만3300원으로 약 보름 만에 24.01%가 빠지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한 10월 5일 두산 주가는 19.40% 급락했다. 이중 상장에 따른 할인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엑셈 또한 자회사 신시웨이의 스팩 합병 상장을 앞둔 10월 31일 하루 만에 주가가 11.65% 밀렸고 신시웨이 상장 일인 3일부터 13일까지 10거래일 동안 7.65%가 떨어졌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중상장이 돼 있는 경우 자회사 지분 보유가 주요 사업목적인 지주회사는 지주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간의 주식거래 유동성과 이해상충 문제가 더 첨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자회사 상장으로 말미암아 지주회사 할인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주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간의 주식거래 유동성 측면에서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는 경우 상장자회사가 성장성이 부각되거나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투자자의 수요는 당연히 지주회사 보다는 상장자회사에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다섯 곳의 자회사들이 상장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자금 조달이라는 목적이 자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 다들 투자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말고는 크게 자금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자회사 상장으로 방법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럼에도 상장을 시도하는 것은 그만큼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중복상장의 경우 모회사 주가에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모회사 투자자들은 분통만 터트린다. 이의 대비책으로 당국이 여러 제도를 개선하거나 공시를 강화하지만 이 마저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무부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개선해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의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보호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선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에 금융당국이 물적분할 공시를 강화했으나, 주주보호 대책이 미흡해 오히려 물적분할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지적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주주를 위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없다”며 “미국의 경우 중복상장을 안 한다. 중복상장을 시도하면 소송이 제기될 위험성이 커지고 일본에서는 조금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의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개선, 금융위의 물적분할 공시 강화를 했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자금 조달이 더 필요하니 그런 규제에 개의치 않는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