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자율주행 3단계 농기계 시연회’ 가봤더니
‘농슬라’대동, 콤바인·트랙터·이앙기 풀 라인업 구축
지난 10월 25일 충남 당진의 추수를 앞둔 논두렁에서는 대동의 자율주형 농기계 시연회가 열렸습니다.
정말 사람의 수작업이 없이도 콤바인이 다 익은 벼를 알아서 수확 할까? 콤바인에 오르자 자율주행 키트와 전진·후진 기어 그리고 좌우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조향기가 있었습니다. 운전면허 조차 없었기에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몰라 주춤하자, 콤바인 기사는 “우선 자율주행 키트를 누른 후 전진 상태로 기어를 올리면 직진하면서 콤바인이 벼를 수확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실제로 해 봤습니다. 신기하게도 콤바인은 자율적으로 직진 하면서 벼의 밑동을 남겨둔 채 수확을 했습니다. 수확이 끝난 부분에 다다르자 그 육중한 콤바인은 스스로 알아서 좌회전을 해서 계속 수확을 했습니다. 과거 온종일 수십명이 품앗이 해서 수확해야 하는 5000평 논의 벼를 콤바인이 단 한시간만에 알아서 척척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죠. 트랙터 시연을 한 또 다른 기자는 “면허가 없어서 자동차 운전을 해보지 않았는데, 핸들을 건들지 않았는데도 (트랙터가) 움직이는 게 가장 신기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대동은 콤바인 뿐아니라 모를 심는 이앙기, 밭을 가는 트랙터 그리고 농작물 생육상태를 촬영하는 드론 시연회도 함께 열었습니다. 이번 출시된 농기계는 직진 주행, 선회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농기계 시리즈들입니다. 이로써 대동은 국내 최초로 논농사 필수 농기계인 트랙터 및 콤바인에 이어 자율주행 3단계 작업이 가능한 트랙터(HX트랙터)와 콤바인(DH6135)을 출시하면서 이앙기-트랙터-콤바인 자율작업 풀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 사업부문장은 “글로벌 농업은 바이오,애그테크,푸드테크가 되면서 위기를 첨단기술산업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면서 “대동이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3년이 지난 2026년에는 사람이 직접 타지 않아도 무인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완전 자율 농기계를 선보이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앙기, 트랙터, 콤바인 순으로 대동이 내놓은 자율주행 농기계들이 진열돼있습니다. ⓒ더농부
자율주행 3단계 농기계 등장
작업 능률 크게 향상된다
선회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3단계까지 모빌리티 기술력을 끌어올린 게 주목할 점입니다. 현재 자율주행 2단계(자동 직진 주행) 기술은 국내 일반 자동차들도 적용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자동 경로 생성을 할 뿐만 아니라 설정해놓은 농지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자동으로 작업을 하는 자율주행 3단계까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작업 능률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핸들을 잡지 않아도 농기계가 알아서 농작업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기존엔 2명이서 해야 할 일을 1명이서 하거나(이앙기), 조작법이 단순해지는 등(트랙터, 콤바인) 자율작업 도입으로 작업 피로도, 인건비는 감소하고 작업 능률은 오를 것이라고 대동 측은 밝혔습니다.
대동이 새로 선보인 콤바인이 벼를 재배하는 시연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농부
기존 콤바인 같은 경우 수동 스틱으로 조작을 해야 하고 벼 탈곡을 작업자가 관리하는 등 복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율작업 콤바인의 경우 작업자가 해야 할 일이 줄어 들었습니다. 경로가 올바른 지 정도만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6년 차 청년 농부 박상욱(33‧가명)씨는 “농작업 피로도가 줄어든 게 확실히 크다”며 “저 같은 초보도 쉽게 농작업을 할 수 있단 게 최고 장점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는 정부 사업으로 무상 임대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구매를 해야 하면 비싸더라도 추후 구매 의향이 있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포인트 찍으면 알아서 다니는 ‘정밀농업’
마력 높여 작업률 향상도
대동이 25일 선보인 농기계의 기술들은 ‘포인트 매핑’이었습니다. 포인트 매핑이란 자율주행 농기계가 움직일 경로를 설정해 주는 겁니다.
트랙터, 콤바인 등 설치된 모니터에 4개의 점을 찍으면 매핑이 됩니다. 이후 경작지 내 설정된 루트에 맞춰 이동, 작업을 합니다. 한 번 설정된 경로는 농기계에 기록돼 추후 재설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동 측은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율 작업 시 GPS, 데이터 확인 등이 가능합니다.
트랙터 내부에서 작업 모니터를 확인하는 모습입니다. 핸들을 잡지 않아도 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농부
이날 시연회에서도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농기계가 경작지 작업을 했는데요. 대동 AI 데이터 팀 박화범 팀장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경우 도로는 링크가 다 돼있지만 농지는 설정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라며 “농지의 4면을 만들기 위해 점 4개를 찍어서 설정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각형, 육각형의 논밭에서도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4개의 점이 임의대로 표기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콤바인의 경우 자율주행 및 수확 센서를 날 부분에 장착해 탈곡을 도와줍니다. 지면으로부터 높이를 측정해 작물을 자르는 범위를 정할 수도 있습니다. 작업자는 자율작업 동작 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 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대동이 선보인 자율주행 트랙터입니다. ⓒ더농부
트랙터의 마력도 대폭 향상됐습니다. HX1400 시리즈의 경우 140대 초반까지 마력을 향상시켰는데요. 마력이 높아질 수록 달 수 있는 농업 기구(로더)들이 많아져 작업에 더 편리합니다. 이날 땅이 전날 우천으로 인해 질척거렸음에도 농기계들은 무난히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대동 측 담당자는 “HX1400 시리즈는 국내 트랙터 중 최고 마력을 가진 제품으로서 로더에 바가지, 집게 등을 장착해 다양한 농작업이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경우에 따라 마력이 높은 게 좋을 때가 있고 낮은 게 유리할 때가 있다”며 “내년에는 80마력 대 트랙터를 출시해 다양한 농작업을 도울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기사: https://blog.naver.com/nong-up/223238147370)
이 밖에도 생육 드론, 벼 재배 면접 확보 등 대동은 자체 개발한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였습니다. 정밀농업, 오토모션 등 대동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26년 완전 자율주행 관건은
많은 양의 데이터 수집
자율주행의 단계에 대해 설명해놓은 현수막입니다. ⓒ더농부
이날 모인 사람들의 최고 관심사는 ‘무인 조작 여부’였습니다. 현행법상 무인자율작업(레벨 4)은 가능하긴 하나 어렵다고 합니다.
대동 측에 따르면 “일본 엔진사들은 현재 일본 내 뿐만 아니라 한국에 엔진을 공급하며 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 데이터들을 자율 주행 연구에 사용 중이다”라고 귀띔했는데요. 대동 역시 이에 발맞춰 72만장에 가까운 국내 농지 데이터 사진을 수집 중이라고 했습니다.
박 팀장은 “DAQ라는 자체 기술을 만들어 2026년에는 레벨 3와 레벨 4가 혼재된 자율 주행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대동은 향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거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동 측은 “단순히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회사가 추구하는 ‘정밀농업’에 더 힘쓰겠다”라고 했습니다.
나영중 본부장은 “최근 동향을 보면 클라우드가 IT 기술의 평균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과 경쟁할 수 있도록 농지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농부 인턴 양정민기자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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