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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여행, 100년 넘은 호텔이 만든 위스키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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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 테스트


–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 호텔서 미식여행

– 조선호텔 109주년 기념 한정판 위스키 제작

– 매월 프라이빗 위스키 클래스도 열려

‘느림의 미학’을 선사하는 위스키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 빚어내는 술이다. 똑같은 위스키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같은 풍미를 지닌 원액을 만들 수 없기에 위스키는 희소성이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위스키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혼술(혼자 마시는 술)·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와 함께 위스키는 ‘아저씨의 술’에서 ‘힙한 주류’로 변모했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9월까지 위스키 수입량은 2만 4968t이다. 전년동기간대비 36% 증가했다. 특히 버번 위스키 인기가 치솟고 있다. 버번 위스키는 수입량이 3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금년 9월까지 누적 수입량은 2660t으로 이미 작년을 넘어섰다.

한국인에겐 소주, 미국인은 ‘버번 위스키’

위스키 5대 생산지로 꼽히는 미국. 모든 미국산 위스키가 버번은 아니다. 정부가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버번’이란 용어를 쓸 수 있다. 버번 위스키는 미국에서 생산한 위스키로 곡물 함유량의 51% 이상이 옥수수여야 한다. 몰트(보리)가 아닌 그레인(보리 이외의 곡물) 위스키로 분류한다. 숯에 그을린 미국산 새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해야 하고 인공색소와 조미료를 첨가할 수 없다. 켄터키주는 버번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켄터키 기후는 버번 위스키 숙성에 있어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술의 역사가 그러하듯 농사 이후 남은 곡물로 술을 제조했다. 미국에선 수확량이 많고 구하기 쉬운 옥수수로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1964년 미 의회는 공식적으로 버번 위스키를 미국 대표 상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 국회는 9월을 ‘내셔널 버번 헤리티지의 달(National Bourbon Heritage Month)’로 지정하며 버번 위스키를 미국 고유의 술로 정한다.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 호텔과 위스키의 만남

버번 위스키 열풍이 식지 않는 요즘 주목 받는 곳이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다.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를 조선호텔 한정판으로 제작한 것. 이름은 ‘1792 풀 프루프 (1792 FULL PROOF) 싱글 배럴 조선호텔 에디션’이다. 가장 큰 특징은 헤리티지다. 100년 넘게 쌓아온 조선호텔만의 헤리티지를 라운지 공간과 위스키에 담아냈다.

한정판 위스키는 웨스틴 조선 서울의 라운지앤바에서 만나볼 수 있다. 라운지앤바는 레스토랑과 바를 겸한 곳이다. 시간대마다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하루 종일 오고 간다. 역사를 품은 조선호텔은 정갈하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호텔 1층에 위치한 바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화려한 위스키 컬렉션으로 장식한 선반은 서울 야경과 환구단이 은은하게 겹쳐있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사람이 붐벼도 소란스럽지 않은 공간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다. 지난 18일 취재를 위해 찾았다.

‘1792 풀 프루프’는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매년 발간하는 ‘위스키 바이블’에서 2020년 최고의 위스키로 선정돼 명성을 얻었다. 풀 프루프란 통입도수와 병입도수를 동일하게 맞춘 위스키다. 숙성기간 동안 증발로 인해 손실된 술 양만큼 물을 채워 희석한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버번 위스키는 건조하고 더운 환경에서 숙성돼 도수가 올라가는 경우가 생겨서다.

조선호텔 한정판 위스키는 웨스틴 조선 서울·웨스틴 조선 부산·그랜드 조선 부산의 전문가와 바텐더가 공동 기획했다. 각 호텔을 대표하는 위스키 1종씩 선별해 총 3종으로 내놨다. 백미는 싱글 배럴이라는 것. 하나의 오크통에서만 나온 원액으로 위스키를 만들었다. 더 만들고 싶어도 대량생산이 어렵다. 서울 180병·부산 150병·제주 150병이 전부다.

전 제품 알코올 도수는 62.5도(125프루프)다. 위스키 알코올 농도는 퍼센트(%)와 프루프(proof) 2가지로 표기되곤 한다. 퍼센트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표기 방식이다. 프루프는 미국식 도수 표기법이다. 국내식 표기인 퍼센트에 2를 곱하면 프루프 도수가 된다.

대니 칸(Danny Kahn) 마스터 디스틸러가 보내왔던 샘플의 모습

이번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기획했다. 지난 2015년 10월 27일 증류를 시작해 올해 8월 8일 제품으로 생산했다. 7년 10개월 숙성 과정을 거쳐 한정 생산이 끝났다. 위스키 제작은 ‘바톤 1792 증류소(Barton 1792 Distillery)’에서 맡았다. 대니 칸(Danny Kahn) 마스터 디스틸러(생산 총책임자)가 9개 샘플을 직접 선별해 한국으로 보냈다. 이를 받아본 각 호텔 바텐더들은 심사숙고해 1종씩 총 3종의 싱글 배럴을 선별했다.

지난 10월 10일은 조선호텔 109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이를 기념해 ‘커스터마이징 우드 케이스 세트’도 출시했다. 조선호텔 에디션 버번 위스키 3병과 웨스틴 조선 서울의 외관을 형상화한 우드케이스로 구성했다.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케이스 아래에는 각각의 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으로 제작한 우드 코스터(컵받침)가 들어있다. 우드 코스터에는 위스키 정보를 새겼다. 우드 코스터에 은은하게 스며든 알코올 향이 매력적이다.

한정판 위스키, 직접 확인해보니

3개의 위스키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곳에서 증류했다. 놀라운 점은 맛과 향이 다르다는 점. 바로 옆에 있던 오크통이지만 오크통 특성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버번위스키를 제대로 느끼려면 순서가 있다. 먼저 눈으로 감상하고 향을 맡고 맛을 즐기면 된다. 가장 선호도가 좋았던 서울은 달콤한 캐러멜 향에 스파이시함이 은은하게 풍겼다. 부산은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건초와 나뭇가지에서 나오는 은은한 맛과 향을 지녔다. 꼭 티라미수와 페어링(조합) 해서 마실 것을 추천했다. 제주의 매력 포인트는 짠맛과 우디함이었다. 강렬하게 톡 쏘는 맛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위스키 클래스’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역사가 담긴 위스키를 코스 요리와 함께 즐기는 ‘프라이빗 페어링 디너’를 매월 1회 진행하고 있다. 주류 브랜드 앰배서더의 클래스와 함께 테이스팅은 물론 디너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매월 버번 위스키, 코냑, 맥켈란 위스키 등 테마를 선정해 프리미엄 주류를 경험할 수 있다.

버번 위스키 입문으로 유명한 그곳

1879년에 설립한 ‘바톤 1792 증류소’는 버번 위스키 입문으로 유명한 ‘1792 버번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다. 바톤 1792 증류소는 1879년에 설립해 버번의 수도로 불리는 켄터키주 바즈타운(Bardstown)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로 오늘날까지 운영 중이다. 23만 5000평 규모로 35개 숙성 창고를 갖췄다. 하루 생산량만 900배럴에 달한다. 500가지가 넘는 제품을 모두 수작업으로 제조하고 있다. 과거 윌렛 가문 소유였으나 현재는 사제락 컴퍼니(Sazerac Company)가 갖고 있다.

숫자 ‘1792’가 의미심장하다. 1792는 켄터키가 버지니아 주에서 분리독립해 미국 15번째 주로 공식 승인을 받은 연도다. 1792 버번 위스키는 1792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했다. 1792 버번 위스키는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가지고 있다. 시그니처 위스키이자 유일하게 대량생산하는 1792 스몰배치가 있다. 나머지 상품은 소량 생산만 한다.

글·사진= 권효정 여행+ 기자

CP-2022-006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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