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귀국 기내서 “젊은 행정관·공무원 얘기 듣고 정책 고민해야”
1965년 시작한 수출진흥회의…기록적 수출증가·중화학공업 산업 기틀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내외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자료까지 다시 꺼내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과거 역사에서 배울 건 배우되, 새롭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실무진과 젊은 세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고 27일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순방하는 동안 기내에서 참모진들에게 “앞으로의 국정 방향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젊은 행정관들이나 청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27일 여권 핵심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기관이나 사무관 등 부처의 젊은 공무원을 청와대로 불러 시중 민심도 듣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야 하는지도 고민했다고 한다”며 “정책 고위 결정권자가 아니라 일선 공무원들의 얘기를 자주 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나부터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거듭해서 민생과 소통을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 순방 동안인 지난 24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0대 청년 행정관 10명과 간담회를 하고 국정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 것도 이 같은 지시에 따른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관 중이던 박 전 대통령 시절의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가져오도록 해 자세히 검토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65년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서 수출만이 생존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매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매달 수출 목표와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공무원만이 아니라 대학교수, 해외공관장 등 참석자를 넓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시작 당시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10여 년 만에 100억달러로 늘었고, 산업 구조 역시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옮겨가면서 현재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컨대 이렇게 당시 상황을 돌아보는 것은 특별한 국정 운영 노선의 변화라기보다는 해외 순방 때마다 ‘1호 영업사원’을 자임했던 윤 대통령이 폭발적인 수출 증가와 경제 성장을 기록했던 역사를 벤치마킹 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등 경제에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비상 상황에 필요한 비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과거 우리나라의 성공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청와대 영빈관 수출전략회의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은 16년 동안 수출전략회의를 180회 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했다. 민간 기업까지 장관들 전부 모여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도 “취임 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 국가의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 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상들에게 조언했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나서는 “대통령으로 일해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었는지 절실히 느낀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먹고 사는 것을 쌓아주셨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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