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5%를 넘나드는 미 국채금리 상승이 경제의 회복력을 반영한 것이라며 연착륙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올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가파른 상승세를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이후 경기 후퇴’라는 공식을 부정했다. 그는 “(GDP 상승세가) 바이드노믹스(바이든+ 이코노믹스)가 뒷받침하는 미 소비자, 노동자들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4분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옐런 “금리, 강한 경제 덕에 올랐다”
옐런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간 미국 국채금리(10년물)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에 관해 “미 경제 회복력을 반영한 것”이라며 “(금리 상승세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 현상이고, 이는 미 경제의 유연성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지 경기 후퇴의 징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발표된 미국의 올해 3분기 GDP 증가율을 언급하면서 “강력한 경제 확장 속도는 금리 인상이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2%대 물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연착륙 신호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GDP 증가율이 연율 4.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이후 기저효과로 7.0% 성장률을 기록했던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시장 전망치(블룸버그 4.3%, 다우존스 4.7%)보다 높은 수준이며 전기(2.1%)와 비교해도 급등했다. 미국의 GDP는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에 걸쳐 발표된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결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 후퇴가 동반된다는 말을 믿지 않았으며, 실제 인플레이션이 꺾인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바이드노믹스가 뒷받침하는 미 소비자, 노동자들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낙관적 경제 전망… 월가는 우려
옐런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여파와 관련해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확전 시 물론 추가 영향이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앞서 나가는 것이 성급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재동결한 것에 관련해서는 “한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던 자금은 카타르로 이전돼 이란으로 송금되는 과정이었고, 여전히 자금은 그대로 있다”고 부연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은 그간 클린 에너지 등에 있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해 왔다”며 “국가안보 관점에서 타협하기 힘든 분야이며 이런 차원에서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보와 직결된 부분이라는 점에서, 제제의 적용 범위를 좁게 한정한다는 미 정부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중국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 정부 관료들의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도 월가에서는 올해 4분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된 긴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팬데믹 이후 초과저축 고갈, 급증한 신용카드 연체율 등은 향후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전망이다. 높은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구입, 기업대출 등에 대한 차입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기 하방 압력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경제 탄력성이 곧 시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월가 거물들도 경기 악화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도 엑스를 통해 최근 지방은행들의 붕괴, 오토론 연체율 등을 지적하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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