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은 편입니다. 주식 보유 및 거래 비중 모두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왜소한 수준이죠. 다만 외국인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가히 국내 기관이나 개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죠. 이는 외국인들의 매매에 따라 증시 분위기와 결과가 결정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외국인 수급에는 가격 결정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수의 수급이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서 말이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 동원력과 우수한 종목 선별 능력이 외국인들의 수급 강도를 강화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초 유진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쌀쌀해진 증시, 외풍은 다시 불어올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월평균 거래대금 비중(코스피·코스닥시장 합산)은 16.7%입니다. 세부적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22.7%, 코스닥시장에서는 그 4분의 1 수준인 5.6%에 불과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이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56.2%, 코스닥시장에서 90.1%를 차지하고 있죠. 수치만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 방향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지만 정작 주도하는 주체는 외국인들입니다.
실제 외국인 수급에 의해 증시 등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올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번 하반기(2023년 7월3일~10월31일) 열린 81거래일 중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날 코스피지수가 하락 마감한 일수는 55일이나 됩니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 지수가 상승 마감한 일수도 15일이나 됩니다.
외국인 매매와 지수 등락이 겹친 거래일 수가 70일이나 되는 것입니다. 백분율로 환산한 동조화 비율은 86%를 넘습니다. 사실 상 외국인들이 20%도 안되는 수급으로 국내 증시 결과를 결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여러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자금 동원력과 응집력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막대한 규모의 순매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무려 10조원 넘게 국내 상장 주식을 사들인 것이죠. 최근 10년 내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원 이상 순매수한 경우는 2014년(12조5350억원)을 제외하면 전무합니다.
당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소위 ‘올인’하다 시피 매수 주문을 집결시켰습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규모는 12조790억원에 이릅니다. 1조5000억원 가량을 사들인 SK하이닉스나 1조4000억원 수준의 현대차와는 큰 차이를 보이죠.
외국인 자금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연초 종가 기준으로 2225.67포인트에 머물던 지수는 지난 6월 말 2564.28포인트까지 뛰었습니다. 지수 상승률만 15%.21%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 대비 우수한 종목 선별 능력도 수급 순도를 높이는 요소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도 이후 주요 주체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연간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외국인은 대체로 개인에 비해서 우월한 수익률을 보인 종목을 골랐다”며 “코스피지수 성과 마저 웃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연간 평균 수익률은 68%입니다. 이 기간 3.6% 오른 코스피지수나 5.8%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기관이나 개인들도 외국인 매매나 수급 동향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확대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타 투자 주체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차별화된 정보 분석 능력과 이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집단 의사결정 능력이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투자 판단을 세우면 해당 종목에 자금을 집중하는 응집력 등이 더해지면서 시장 내 영향력이 확대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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