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특별법 사각지대 ‘다가구’도 구제책 검토
LH가 통매입 후 임대…“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정부가 전세사기 사각지대에 놓인 다가구 피해자에 대해서도 구제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1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LH 등 공공이 건물을 통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가구는 다세대와 달리 개별등기가 되지 않고 건물 전체가 한 사람 명의로 돼 있어 사실상 단독주택처럼 취급된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다세대는 집마다 경매가 별도 진행되지만, 다가구는 건물 전체가 통으로 처분된다.
경매에 낙찰돼도 선순위 관리자부터 돈을 차례대로 회수하기 때문에 늦게 계약한 세입자일수록 피해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건물 전체가 하나로 취급되는 반면, 세입자들의 이해관계는 모두 제각각이어서 특별법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활용하기도, 경·공매 유예 조치를 시키기도 힘들다. 전체 세입자 가운데 한 명이 우선매수권을 쓰려고 해도 나머지 세입자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특별법까지 마련하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가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도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LH와 같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다가구 피해주택을 통으로 매입하고 임차인들 사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LH 기존 제도를 전세사기 피해주택까지 확대하겠다는 거다.
LH 관계자는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거나 기본적인 수리·수선을 한 뒤 일반 매입임대와 동일하게 활용할 것”이라며 “다만 기존의 방침으로 갈지,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해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서 취급할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 “실효성 없어, 선구제 후구상 필요”
“자칫 세금 들여 사기꾼 보호…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요즘에는 다가구로 건축 승인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LH가 매입하는 주택 대부분은 다세대·연립이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아마 과거에 지어져 많이 노후됐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LH에서 현재 신규로 매입하는 주택에 비해 가격 자체는 낮을 거라고 보는데 이것 역시 가격 책정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들은 공공이 피해주택을 매입해 임대를 주는 방식의 주거 지원만으론 실질적인 구제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액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방향성만 나오고 구체적인 대상이나 기준, 내용은 아무것도 없어 실효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이미 우선매수권을 LH에 넘겨 매입하도록 하는 대책이 있지만, 그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실제 매입되는 대상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만약 다가구 피해주택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 대상이 되는 주택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은 실질적으로 피해액을 돌려받길 원하지만, 결과적으론 국민 세금을 들여서 사기꾼을 보호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LH나 SH 등 공공이 저렴한 주택을 피해자들에게 우선 분양해서 살게 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C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국가가 모든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주면 좋겠지만, 일부 임차인 부주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에서 모든 사건을 배상해주겠다면 예산의 집행이나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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