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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형사공탁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다음 달 시행 1년을 맞는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형사공탁 특례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기습공탁’을 방지하라는 지시를 일선 청에 내렸지만 악용 사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2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올해 8월 이 총장의 지시 이후 법원에 형사공탁이 접수되면 변론 재개를 신청하거나 피해자에게 신속히 의사를 확인하는 등 개선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재판부 선고 직전 이뤄지는 ‘기습공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대검찰청은 법원행정처와 실무협의에도 나섰지만 의미있는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 측은 “개선안이 마련되면 일선청에 전파해 형사공탁제도의 악용으로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의 지지부진한 개선 움직임에 기습공탁 사례는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최근 실형이 선고된 박진성 시인의 성희롱 사건에서도 기습공탁이 이뤄졌다. 사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피고인 박씨가 500만원을 기습공탁했다. 피해자에게 연락이 온 것은 판결 선고 2~3일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씨의 경우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보다 무거운 징역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는 차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판결금을 공탁했다는 주장에 대해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거나 뉘우치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추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송전략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합의를 원치 않는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금원을 공탁하고 이것이 감형사유로 작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중요한 지적이자 이정표가 되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기습공탁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피해자 측은 가해자의 기습공탁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법안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형사공탁을 해당 형사사건의 변론 종결 기일 14일 전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당 황운하 의원도 피해자가 법원으로부터 형사공탁 사실을 직접 통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슬아 변호사(법무법인 영민·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는 “기습 공탁은 피해자가 대처할 시간도 없고 피해자가 선고가 날 때까지 심리적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일방적 공탁은 2차 가해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형의 판단 재량도 판사에게 있고 이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분명한 기준이 없다는 것 자체도 문제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형사공탁 제도 자체가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돈과 법원이 피해자를 빼고 형량을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과 법원,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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