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세부심사에 돌입하며 예산전쟁이 본격화됐다. 13일 오전 일찍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복도에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이 각종 예산안 관련 자료를 들고 모여들어 북적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국회가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사에 돌입했다. 예산안 자동부의 시점인 12월1일까지 세부 사업 증·감액을 두고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여당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등 40개 주요 사업에 대한 ‘증액’에 방점을 찍은 반면, 야당은 올해 대비 늘어난 대통령비서실·법무부 등 권력기관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의 대대적 삭감을 예고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소위 심사에서는 예산안에 담긴 세부 사업의 증·감액이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첫 주는 감액, 둘째 주는 증액이 이뤄진 뒤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12월1일 본회의에 예산안이 자동 부의된다. 그러나 여당은 R&D 등 주요 사업비 복원을 강조하며 사실상 증액을, 야당은 대대적 감액을 예고하면서 첫 단계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예결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 간사 간 이견이 있어 소위 운영 전까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인구구조변화 ▷양극화 ▷경기둔화 ▷사회불안범죄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할 ‘5대 분야’로 정하고 40개의 주요 증액사업을 선정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선 의과대학·상급병원 내 필수의료 기능 확충, 중소·중견기업 육아기 근로자까지 시차출퇴근제 장려금 지원 확대, 육아휴직 급여 단계적 현실화 등이 포함됐다. 양극화 부문에는 대학생 아침밥 지원사업인 ‘천원의 아침밥’ 예산 확대, 전세사기 구제 수단 중 하나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 저소득 전 연령으로 확대 등이 담겼다. 저소득·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출퇴근 교통비 지원 단가 인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베리어프리 지원사업’, ‘휠체어 탑승가능 택시(겸용택시) 지원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둔화 부문에는 앞서 논란이 된 과학기술 R&D 증액 방침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이공계 R&D 장학금 대폭 증액, 대학연구기관 신형 기자재 지원, 산학협력 R&D 예산 반영, 비메모리반도체 등 혁신적 R&D 투자 예산 증액을 예고했다. 아울러 소상공인 정책자금 이용자 대상 이자비용 감면, 소상공인 전기요금 한시적 특별감면, 농사용 전기요금 상승분 일부 한시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법무부·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증액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최소 5조원 감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국정원 등 1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선 ‘특활비TF(태스크포스)’를 꾸려 사용 내역이 소명되지 않은 경우 삭감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도하게 책정된 예비비, 불필요한 홍보성 예산은 삭감하겠다”며 “업무추진비와 특활비 등에 있어 나눠먹기 등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사과와 처벌규정 강화, 투명성 제고를 위한 증빙 강화,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내부지침 개선을 원칙으로 혈세 낭비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감액된 예산을 R&D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새만금 사업 등 ‘5대 미래·생활 예산’ 증액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당초 0원에서 7053억원으로 증액해 통과시켰다. 행안위를 넘은 지역화폐 예산은 예결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으로, 민주당은 올해 예산안에 이어 2년 연속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정액제 교통패스 도입, 희귀질환자 치료지원 관련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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