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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쏟아낸 “어린 놈” “머리에 물통을 던지고 싶다” 등 막말의 여파가 ’86 용퇴론’으로 옮겨붙고 있다. 한 장관이 송 전 대표를 향해 “어릴 때 운동권을 했다는 것 하나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 국민들을 가르치려 든다”고 받아치면서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운동권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86세대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면서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 장관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고 대응했다.
86세대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운동권 인사를 뜻한다. 송 전 대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30대에 국회의원, 40대에 인천광역시장, 50대에 제1당 대표를 지낸 86세대의 상징적 인물이다. 하지만 2021년 말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 승리를 위해 현역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아 탈당했다.
송 전 대표는 한 장관을 겨냥해 막말을 날렸지만, 오히려 86세대 용퇴론에 불을 붙인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86세대가 대거 정치에 유입됐는데, 이들이 20년 이상 ‘주류’를 차지하면서 기득권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미 1970년대생들은 86세대 수발들다가 젊음을 다 허비한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60명 이상이 운동권 출신, 86세대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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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86운동권 세대들이 짐싸서 집에 가야 할 시기가 왔는데 그동안 86의 후배 세대 중에 위협적인 존재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한 장관은 소위 X세대 출신 아니냐. 86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상징적 존재로 떠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송 전 대표와 10살 어린 X세대다.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했던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 장관을 앞세워 세대교체론을 밀어붙이면 큰 흥행을 거둘 것”이라며 “운동권 세대가 물러나는 정치의 교체가 한동훈의 총선 출마 명분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점점 만들어져가고 있다”고 봤다.
민주당 내 젊은 정치인들도 86세대의 낡은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인위적 세대교체나 중진, 86세대 용퇴론에 무조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이번에 공천을 받으면 7번째”라고 지적했다. 여 정책관은 “운동권 정치인 중에 바깥에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경제관과 노동관이 1980년대에 머물러 있고 반기업 정신이 너무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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