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관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경제계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산업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이 큰 만큼 국회에서 개정안을 다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이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해 국회에서 개정안을 신중하게 재검토 해주길 거듭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 및 노동쟁의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로 원하청 질서를 무너뜨리고, 파업을 조장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조의 손해배상책임 개별화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어렵게 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의당과 함께 야권 단독으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시사하자 약 6개월 동안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9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해 경제계의 반발이 거셌다. 그동안 재계는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여러 차례 입법 중단을 요청했었다.
이에 국무회의에선 이날 오전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정부와 경제계의 뜻을 받아 들여 일단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조금 전 윤 대통령이 이들 법안의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해당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야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그에 못 미친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한상의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정부의 결단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부작용에 대해 크게 우려한 대통령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로 노동조합법은 이제 다시 국회로 넘겨졌다”며 “국회가 더 이상의 입법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총도 윤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총은 논평을 통해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으로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악법”이라며 “그 동안 경제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고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것임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경제와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 산업 현장의 절규에 국회가 답해야 할 시간으로, 국회는 환부된 노조법 개정안을 반드시 폐기하고 이제는 정략적인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입법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결정에 화답한 재계와 달리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 측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변함없는 투쟁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과 탄압에 맞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노총은 “노사법치주의를 외쳤던 정부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단체만의 입장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며 “이제 겨우 한발 나아갔던 온전한 노동3권과 노조할 권리 보장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권을 함부로 침해했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라며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법원 판결문에서도 적시하고 있는 원청 책임 인정과 손해배상의 제한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도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조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옳지 않다”며 “국민적 합의가 높고 실제 법안을 개정해야될 필요성이 매우 높은데 정략적인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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