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유희열은 어느덧 ‘믿고 보는 방송인’이란 타이틀을 갖게 됐다. 우선 유희열은 오랫동안 KBS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유희열은 이 방송에서 재치 있는 입담과 음악적 견해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스케치북’은 MC 유희열의 가치를 시청자들에 널리 알려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차곡차곡 갈고닦은 진행 실력은 KBS2 ‘대화의 희열’,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SBS ‘K팝스타’, JTBC ‘슈가맨’ 등에서 빛을 발했다. 이처럼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지만, 사실 그는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천재 작곡가다. 그의 앨범에 참여한 객원 보컬들은 신해철, 조규찬, 이승환, 윤종신, 성시경, 이적, 김연우, 김장훈, 김형중, 윤상 등 몇 명만 예로 들어봐도 어마어마하다. 예능인 유희열이 아닌 뮤지션 유희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그가 작곡한 음악 BEST10을 정리해봤다.
좋은 사람(vocal 김형중)
김형중이 부른 ‘좋은 사람’은 토이 정규 5집의 타이틀곡으로, ‘토이’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대표곡이다. 경쾌한 멜로디에 애절한 가사로 특히 여성 팬이 많은 곡이다. 이 곡은 친구의 연인을 마음에 품어야만 했던 남자의 서글픈 감성을 그려냈다. 즉, 짝사랑에 빠진 남자의 비애를 그린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기타를 대중음악계의 거장 함춘호가 맡았는데, 유희열이 녹음실에서 전주 부분 기타 소리를 듣는 순간 “이 노래는 되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토이 5집 앨범은 발매 후 약 2년 뒤 절판되었고 이후에도 재발매 계획은 없는 듯하다.
공원에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자마자 ‘아, 이 노래?’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각종 방송매체 BGM이나 광고 음악으로 상당히 많이 사용될 정도로 유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공원에서’는 유희열의 소품집 ‘여름날’에 수록되어 있는 1번째 트랙으로, 피아노 연주곡이라서 가사는 없다. 이 앨범 또한 1만 판 한정 판매를 했기에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 맑고 감미로운 선율이 어우러진 ‘공원에서’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더운 여름날 푸르른 녹음으로 가득한 공원에서 이 곡을 들으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안녕 나의 사랑(vocal 성시경)
성시경 6집에 수록되어 있는 ‘안녕 나의 사랑’은 유희열과 성시경이 공동 작곡한 곡으로,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이별 노래다. 슬픈 노랫말을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 곡은 군 입대를 앞둔 성시경이 팬들을 향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담은 노랫말로 화제를 모았다. ‘이게 마지막 선물이 될지도 몰라’, ‘나 없을 때 아프면 안돼요’, ‘괜찮을거야 잘 지내요 그대 안녕~’ 등의 노랫말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안녕 나의 사랑’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곡이라 성시경조차 힘들게 부르는 노래로 유명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수를 죽이려고 만든 곡’이라는 유머 사진이 돌아다닐 정도다.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vocal 윤하)
토이 6집 수록곡인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은 기존의 가요 공식을 깬 독특한 구성을 가진 피아노 발라드로서 특히 고음이 엄청나게 강조되는 곡이다. 윤하의 깨끗하고 맑은 보컬과 토이 특유의 애절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며 토이 6집의 발매 직후 타이틀곡인 ‘뜨거운 안녕’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곡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발매일 이후부터 소셜 네트워크 음악차트 50위 안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인기 검색곡으로 자리를 굳혔다. 사실, 처음 이 곡을 작곡했을 때 제목은 ‘최종병기 그녀’였다고 한다. 클라이맥스 부분의 화려한 연주는 히어로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전투하는 부분을 상상하며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아름다운지(vocal 김연우)
토이 4집에 수록된 ‘여전히 아름다운지’는 높은 난이도와 김연우 특유의 깔끔한 미성이 상당히 잘 어우러진 토이와 김연우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다. 차분하고 정교해진 멜로디 라인으로 도회적인 색채를 표현함과 동시에 마음을 휘어잡는 서정성을 표현했다. 후렴의 “변한 건 없니~”가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라서 제목을 ‘변한 건 없니’로 아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여담으로 유희열이 대놓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실험정신으로 작곡한 곡이었고, 실제로 김연우가 불러내서 놀라웠다고 한다. 커버 버전이 정말 많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곡이다. 해당 곡이 수록된 4집 앨범은 3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뜨거운 안녕(vocal 이지형)
토이 정규 6집 앨범 타이틀곡인 ‘뜨거운 안녕’은 80년대의 아바,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올리비아 뉴튼 존 풍의 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가요에 접목한 곡이다. 이 곡은 이별을 맞아 “맘껏 취하고 싶어” 하는 청춘의 현재를 노래한 곡으로 당시 ‘홍대거리의 원빈’으로 불렸던 싱어송라이터 이지형이 객원 보컬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원래 이 곡은 김형중이 부르기로 했으나, 녹화를 앞두고 극심한 감기를 앓아 이지형이 대신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뜨거운 안녕’은 이후 싸이의 6집 앨범에 리메이크되어 수록됐으며, 상당 기간 가요 프로그램 등에서 꽤 높은 순위에 머물렀다.
환생(vocal 윤종신)
‘환생’은 윤종신의 5집 타이틀곡이자 윤종신의 대표 명곡으로, 윤종신 특유의 미성이 드러나는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이다. 가사의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남자의 느낌을 노래한 것으로,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을 표현했다. 여담이지만 이 곡은 ‘환생’이라는 제목 때문에 기독교 방송에서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고 한다. ‘환생’이 수록되어 있는 윤종신 5집 앨범은 무려 97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조조할인(vocal 이문세)
이문세의 10집 앨범에 수록된 ‘조조할인’은 느긋한 40대 아저씨가 바라보는 인생과 앞으로만 가려고 하는 뜨거운 젊음이 대비되는 곡이다. 가수 이적이 함께 부르면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해 이문세에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곡이다. 발매 당시 음반 판매량은 40만 장을 훌쩍 뛰어넘었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3주 연속 1위를 하기도 했다. 여담으로 유희열은 대선배 이문세가 곡을 받기 위해 지금 찾아가겠다는 전화를 받은 후 그 자리에서 단 3분 만에 ‘조조 할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랬나봐(vocal 김형중)
김형중 1집 앨범 타이틀곡인 ‘그랬나봐’는 영화 ‘클래식’ OST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랬나봐’는 노래 속 화자가 짝사랑하는 여성에 대한 감정을 각각 ‘향기’, ‘동네’, ‘이메일’에 빗대면서 끝끝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김형중은 해당 곡을 통해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4주 연속 1위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후 먼데이키즈, 장우람 등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커버하면서 점점 더 유명세를 치렀다. 해당 곡이 수록된 1집 앨범은 10만 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 사람(vocal 성시경)
‘세 사람’은 7년 만에 발표된 토이 정규 7집 앨범 타이틀곡이다. 김형중이 보컬로 참여해 불렀던 ‘좋은 사람’의 뒷이야기로, 차마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친한 친구의 결혼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곡은 ‘토이 장르’라는 고유의 음악세계를 그려온 토이와 ‘감성파 발라더’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만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세 사람’은 성시경이 녹음을 위해 담배까지 끊을 정도로 난도가 높은 곡이다. 성시경은 녹음 당시 OK 사인이 떨어지자 녹음실을 뛰쳐나가 줄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음원 공개 직후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주요 음반 판매점 앞에는 새벽부터 토이 정규 7집 앨범을 구매하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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