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중독성을 가진 약물류가 많이 존재한다. 때로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약물류는 대부분이 파악된 현대의 시점에서는 의료용으로 용도가 제약되는 등 엄밀히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 약물들이 개발되고 유통되던 때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에는 위험한 약물들을 일반 약국이나 상점 등 어디에서건 쉽게,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지금 봐서는 경악스러울 정도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위험한 약물들이 유통되던 풍경을 지금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코카인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하는 트로페인 알칼로이드 계열의 물질인 ‘코카인’은 뇌 도파민 활성을 크게 증가시켜 사람의 쾌감을 증대시키지만, 계속 복용하면 환각과 편집성 망상 등의 정신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약물이다. 코카인은 1880년대부터 일반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약으로 판매된 바 있는데, 당시 이 약의 주된 효능은 ‘치통 완화제’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에서 코카인의 판매가 금지된 것은 1920년대에 들어와서였다.
헤로인
독일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다. 마데카솔, 인사돌, 아스피린이 이들의 제품인데, 이들이 이름을 붙인 약물에는 유명한 마약인 ‘헤로인’도 있다. 이들은 헤로인을 1898년부터 판매한 바 있는데, 당시 헤로인은 고품질의 안전한 진통제로 알려져 있었다. 바이엘이 헤로인의 제조를 중단한 것은 1913년에 이르러서였고, 미국에서 이것이 금지된 것은 1924년이었다.
클로로포름
첩보물 같은 영상물을 보자면, 손수건에 약품을 적셔서 상대방의 입에 갖다 대 기절을 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오고는 한다. 이때 사용되는 약품이 바로 ‘클로로포름’이다. 미국에서 이 약물은 감기나 기관지염의 치료제로 판매됐다. 천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대중들에게 널리 사용된 클로로포름은 심장과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1974년 미국 FDA에 의해 인체 사용이 금지되게 된다.
윈슬로 부인의 정신안정 시럽
1849년부터 판매되던 ‘윈슬로 부인의 정신안정 시럽’이라는 약물은 탄산나트륨, 암모니아와 같은 유해성이 적은 물질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소량의 모르핀이 함유돼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 약품은 과다 복용 시 유아가 사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1911년부터 판매가 금지됐다.
에르고아피올
20세기 초 생리 불순을 치료하기 위해 판매된 에르고아피올은 호밀 알갱이에서 자라는 균류의 일종인 맥각, 그리고 아피올로 만든 약이었다. 이 약은 대량의 독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환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많이 섭취하면 간과 신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약이기도 하다.
넴뷰탈
넴뷰탈은 우리나라에서는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약’으로 알려진 위험한 약물이다. 실제로 스위스의 조력자살 지원단체에서 사용하는 안락사 약품이기도 한 이 약물은 1928년에 최초로 개발돼, 1930년에는 상표를 붙여 판매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좌약의 형태로 최초에는 판매되었지만, 현재는 발작이나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진정제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퀘일루드300
멘토를 자처하며 젊은 여성을 유혹하고 강제로 추행, 35명 이상의 피해자를 만든 미국의 코미디언 빌 코스비는 ‘퀘일루드’라는 약물을 사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퀘일루드는 최면성 진정제로, 불면증과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데 효과가 있는 한편 성적 욕구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미국 마약단속국은 1981년부터 퀘일루드의 제조를 금지했으며, 1983년부터는 헤로인, 코카인 등의 비의료용 약물과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한 바 있다. 처음 퀘일루드가 개발되었을 때는 진통제, 근육이완제, 불면증 치료제로 포장돼 판매됐다.
담배
지금도 시중에서 담배는 판매되고 있지만, 담배가 유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에는 중독성이 있는 유해성 제품이 아니라 ‘치료제’로 담배가 소비된 바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천식 치료를 위해 흡연이 권장됐으며, 실제 치료제로 담배가 판매되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담배가 폐에서 질병의 원인을 끌어내는 자극 물질로 광고됐다. 당연하게도 오늘날에는 담배가 천식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물질이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아편
아편은 양귀비의 덜 익은 꽃봉오리와 꽃씨에서 추출되는 향정신성 마약이다. 19세기 중반에는 전 세계적으로 아편이 의약품 취급을 받았으며, 클로로포름이 처음으로 사용되기 전에는 사실상 유일한 마취제였다. 아편의 의약품으로서의 역사는 17세기 중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19세기 들어서는 뇌막염, 생리통, 황열병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치료에 아편이 폭넓게 사용됐다. 심지어 유아에게까지 아편이 사용되는 일이 빈번했다.
메스암페타민
마약류인 메스암페타민은 어려운 학명보다는 필로폰, 히로뽕으로 유명하다. 복용 시에는 극단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으나 중독성이 심하고 부작용도 극심해,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조와 판매, 복용이 금지된 마약이다. 이 약물은 최초에는 감기약을 개발하던 도중에 발견됐으며, 일본에서는 히로폰이라는 이름의 피로 회복제로 상품화돼 판매됐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히로뽕이라는 명칭은 여기에서 딴 것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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