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작인 첫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이 30일(현지시간) 첫 인도를 시작했다. 머스크는 “올해 지구상 가장 큰 제품 출시일 것”이라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스테인리스강 소재를 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2년 늦게 나온 데다 대량 생산이 쉽지 않고 가격마저 기존에 밝힌 것보다 50% 높게 나와 흥행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이버트럭 출시를 놓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에 이미 ‘악몽(nightmare)'”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출시 직후 이날 테슬라 주가는 장중에만 2% 가까이 떨어졌다.
방탄 가능한 사이버트럭…머스크 “스포츠카보다 빨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텍사스 오스틴 본사에서 사이버트럭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2019년 처음 디자인을 공개한 사이버트럭을 생산해 사전 예약한 고객 12명에게 직접 인도하는 행사였다. 당초 계획했던 인도 시점보다 2년 넘은 시점에서야 인도가 이뤄졌다.
이날 공개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2.6초 안에 속도를 시속 0마일에서 60마일(96km)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가속력을 갖추고 있으며,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는 기본 후륜 버전이 250마일(약 402㎞), 듀얼 모터가 300마일(약 483㎞), 트라이 모터가 500마일(805km)에 이른다.
사이버트럭의 가격은 최소 6만990달러(약 7935만원)로 책정됐다. 2019년 시제품을 공개할 때만 해도 3만9900~6만9900달러로 책정했으나 약 50% 높아진 것이다. 테슬라 북미 지역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부터 인도 가능한 사이버트럭 후륜구동 모델은 6만990달러, 내년부터 인도 가능한 사륜구동 모델과 가장 고급 모델인 ‘사이버 비스트’의 시작 가격은 각각 7만9990달러, 9만9990달러다.
이날 무대에 오른 머스크 CEO는 “여기 있는 건 그 어떤 트럭보다도 좋은 트럭”이라고 소개했다. 사이버트럭이 스포츠카 포르쉐 911을 견인하면서 같은 차와 경주해 4분의 1마일(402m) 앞서가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스포츠카보다도 빠르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강철로 만들어 방탄도 되고 창문도 돌이 뚫을 수 없는 차라고 설명했다.
또 머스크 CEO는 4년 전 사이버트럭 시제품 공개 행사에서 유리창의 강도를 실험하려고 금속 공을 던졌다가 유리창이 ‘쩍’ 하고 갈라졌던 일을 농담조로 언급하며 “다시 해보자”고 말했다. 이에 테슬라 수석디자이너 프란츠 홀츠하우젠이 이번에는 금속 공 대신 야구공을 두 차례 던져 멀쩡한 모습을 보여줬다.
머스크 CEO는 사이버트럭이 “도로의 모습을 바꿀 것”이라며 “마침내 미래가 미래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내구성 강하나 생산 쉽지 않아…시장서 기대감 줄며 주가 2%↓
사이버트럭의 핵심은 스테인리스강 소재다. 머스크 CEO가 이 소재에 큰 관심을 보이며 방탄이 가능한 픽업트럭 제작을 목표로 삼고 만든 것이 바로 사이버트럭이다. 머스크 CEO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스테인리스강 소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이 차가 견고하고 부식에도 강한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돼 자동차의 내구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스테인리스강 소재를 강조하듯 차체는 회색빛을 띠고 디자인은 여느 픽업트럭과는 다르게 각진 형태여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강 소재가 테슬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늦춰져 일부는 2024년, 일부는 2025년에야 본격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대량 생산은 2025년 25만대 가능할 것이라고 머스크 CEO는 밝혔지만, 외신들은 생산 확대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동시에 소재 등의 영향으로 가격은 50%나 높아졌다.
스테인리스강 소재가 문제가 된 이유는 소재 자체가 일반 소재보다 무겁고 강도가 높아 이를 변형해 차체로 모양을 만들 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에 있다. 또 생산·조립 과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면 패널 간 틈새가 크게 벌어지는 등의 문제도 있어 정교한 생산이 필요하다. 차 표면에 흠집이 생기면 이를 복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 CEO도 사이버트럭을 제작,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는 대응책을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8월에는 직원들에게 차량의 모든 부분을 10미크론(1미크론=1000분의 1㎜) 미만의 오차 범위 내에서 설계하고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머스크 CEO는 사이버트럭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시를 앞두고 커진 기대감을 낮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우리는 사이버트럭으로 우리 자신의 무덤을 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버트럭이 대량 생산에 도달하고 현금 흐름을 긍정적으로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현금 흐름에 상당한 기여를 하기까지는 1년에서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전문 매체 더버지는 “각진 편광 트럭(사이버트럭)이 나아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또 이날 행사가 테슬라가 하던 행사치고는 특이할 정도로 짧게 진행됐다며 머스크 CEO가 일부 기능을 살핀 뒤 빠르게 끝냈다고 소개했다. 머스크 CEO는 또 이 자리에서는 가격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사이버트럭 출시 행사 이후 테슬라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전일대비 1.66% 떨어진 240.0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2% 가까이 추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이버트럭은 이미 선주문 물량이 2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화제를 끌었으나, 사이버트럭 가격이 예상보다 높고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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